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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매일
  • 승인 2013.10.0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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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수수께끼…’ ‘한반도는 아프다’
▲ 의식의 수수께끼…
저명한 무신론 철학자가 살펴본 의식 흐름
‘의식의 수수께끼…’
유자화 옮김
(옥당… 3만 원)

 의식은 과연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현상일까. 정신과 육체는 전혀 별개인가.

 저명한 무신론 이론가이자 유물론적 시각으로 마음을 분석하는 작업으로 유명한 철학자 대니얼 데닛 미국 터프츠대 교수의 대표 저서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원제: Consciousness Explained)가 번역돼 나왔다.

 그는 지난 1991년에 낸 이 책에서 의식에 대해 한마디로 신비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진화론에 토대를 두고 지적 지평을 넓혀온 저자는 인간은 정신과 육체라는 두 실체로 이뤄졌다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극장 모형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비물질적인 실체인 정신은 뇌에 있는 송과선을 통해 물질적 실체인 육체와 상호작용한다는 논리가 극장 모형 이론의 토대다.

 그는 극장 모형은 잘못된 이원론을 전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데카르트 극장 모형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물리적 과정을 거쳐 전달된 감각적 입력 신호들이 모이고 통합되는 내적 자아의 장소가 존재해야 하지만 뇌에는 그러한 지정된 공간이 어디에도 없다는 설명이다.

 많은 사람이 극장 모형을 믿는 이유도 주관적 의식이 실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대신 책에서 ‘다중원고(Multiple Drafts)’ 모형을 제시한다. 표준적인 의식의 흐름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계속 편집 중인 수많은 ‘원고’가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흐름에서는 조사하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다른 결과,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며 “의식은 뇌에서 작동하는 수많은 메커니즘 속에 분산됐다”고 강조한다.

 뇌가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동시에 분산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의식이 발생한 순간과 공간을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의식에 접근하려면 과학적 접근 방법인 ‘타자현상학(heterophenomenology)’을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마음을 성찰하듯 관찰하지 말고 자연현상 대하듯 3인칭 시점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652쪽.

▲ 한반도는 아프다’
남한 극우는 북한 극좌를 도와주고 있다
‘한반도는 아프다’
한완상 펴냄
(한울… 3만 원)

 “남한의 극우와 북한의 극좌는 서로 주적으로 원수로 규정하며 표면적으로는 적대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공생 관계다.”

 이 책은 한 전 부총리가 지난해 ‘한겨레신문’에 162회에 걸쳐 연재한 ‘길을 찾아서-한완상 비망록’을 비롯해 그가 15년간의 공직 생활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일기ㆍ수첩ㆍ업무일지를 갈무리한 역작이다.

 1993년 김영삼의 문민정부에서 통일부총리와 대통령 특사를,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에서 교육부총리를 지내고 노무현의 참여정부 시절엔 적십자 총재를 지내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정진해온 그의 발자취가 담겼다.

 한 교수는 이 책에서 남과 북의 집권세력이 서로 적대하면서도 역설적ㆍ결과적으로 분단 상황을 이용해 공생하는 묘한 현실을 지적하며 남한의 극우와 북한의 극좌 양 극단을 비판한다.

 “남한의 극우와 북한의 극좌 세력이 각 체제에서 그들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데 남북한의 갈등ㆍ대립은 주효하다. 남북 간에 두 세력이 자기 권력을 강화하려고 하면서 일부러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적대적 공생관계가 작동하면 남북 간의 평화는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남북 관계의 악화야말로 각 체제 안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발목을 잡는 근본 원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작성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사, ‘대통령 친인척 관리에 대한 지침서’를 받았던 일, 급작스럽게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결정한 리인모 노인 북송, 남북공동선언과 방북 기간의 해프닝 등 한국 정치의 비사(秘史)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문민정부 시절인 1993년부터 공직 생활 15년간 남북관계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저자의 증언을 기록한 이 책은 국내에 출간된 비망록 사상 거의 최초로 시기와 장소,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혀 사료로서 가치를 더했다. 5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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