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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된장을 끓이다가
 된장을 끓이다가
  • 김덕남
  • 승인 2013.10.06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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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남(1950~)

 절굿공이 콩콩 찧어 한 하늘 빚어낸다

 메주꽃 곱게 핀 밤 무리 두른 달도 보고

 정화수 가득 올리면 가족 얼굴 떠오른다

 땡볕도 함박눈도 둥글게 풀어놓고

 별과 달 이야기로 한 세월 우려내면

 옹기 속 곰삭는 향기 살림살이 그득하다

 강된장 한 술 떠서 보리밥에 비벼대면

 목젖이 재촉한다,

 사는 게 별거냐고

 꿀꺼덕 한 고개 넘어 참맛이란 이런 거

 약력

경북 경주 고란 출생

2010년 : 공무원 문예대전 시조 입상(행정안전부장관상)

2010년 : 부산시조 신인상

2011년 :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작품집 : `젖꽃판`

(전) 부산대학교, 한국해양대학교 서기관

 우리 밥상에 기본이 되는 게 김치와 된장이다. 겨울 초입에 김장을 하고 나면 주부들은 가슴이 김장독에 가득 채워진 김치 높이만큼 꽉 차는 기분이 든다. 마찬가지로 콩을 삶아 찧어서 메주로 만들어 기둥에 매달고 나면 마음은 상현달이 된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즈음인 말 날에 잘 띄운 메주로 장을 담그고 나면 마음은 보름달 근처까지 간다. 그런 뒤 일정한 시일이 지나고 나서 장을 뜨고 메주를 으깨어 된장을 만들고 나면 주부들의 마음은 둥근 보름달이 된다.

 이렇게 김장을 하고 된장을 담그는 일은 옛날부터 주부들에게 년 중 행사로 반복되어 왔다.

 시인은 이런 년 중 행사 중의 하나인 된장을 담그는 일을 통하여 우리네 소박한 삶을 맛깔나게 노래하고 있다.

 절굿공이로 콩을 콩콩 찧어 푸른 공중에 매달 메주를 만든다. 그리고 가족이 먹을 그 메주가 잘 뜨게 해 달라고 비는 주부의 마음이 먼저 따뜻하게 다가온다,

 한여름 땡볕을 견디고 익은 콩, 공중에 매달려 함박눈 내리는 추운 겨울을 거친 메주가 옹기 속에서 곰삭는 냄새도 좋고 살림살이가 그득해진다는 넉넉한 기분도 잘 느껴진다.

 그리고 강된장 한 술로 비벼 먹는 밥맛도 좋다. 힘들게 살거나 어렵게 살거나 이렇게 된장에 비벼 맛있게 한 숟갈 꿀꺼덕 넘기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이 긍정적이고 밝아서 좋다.

 된장을 끓이다가도 이렇게 삶을 소박하게 건너다보고 노래할 수 있는 마음이 또한 멋지고 부럽다.

<천성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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