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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더 지나 그 ‘골목’ 찾아가니 잊었던 추억 하나둘 떠오르고…
20년 더 지나 그 ‘골목’ 찾아가니 잊었던 추억 하나둘 떠오르고…
  • 이동근
  • 승인 2013.10.04 01:1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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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

 

"내 삶이 힘든 순간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나는 절망하지 않을 준비가 돼 있으며 스스로 자책하지도 않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해 다른 풍경을 꿈꾸는 당신, 똑딱이 카메라 들고 무심코 지나쳐 왔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길"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

 “나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후회와 걱정으로 인해 현재의 순간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다.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왔지만, 나의 시선에 기억되고 있는 순간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1825일, 5년간의 기록들은 아주 사소하고 자연스럽게 내겐 의미가 되었으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없는 소소한 여행에서, 내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의미가 있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당신에게도 자신이 가장 빛났던 순간이 있었을지도 모르며, 아직 그 순간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과 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억누르는 삶의 무게를 결코 어깨 위에서 내려놓지 못할런지 모른다.

 왜 내게만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인가? 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인가?

 내 삶이 그런 힘든 순간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나는 절망하지는 않을 준비는 돼 있으며 스스로 자책하지도 않을 것이다.

 여행과 인생은 당신의 발걸음이 닿는 어느 한 지점의 클라이막스에서 만나질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며, 이 아픈 순간 또한 자연스럽게 흘러 갈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나는 내 인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못했다.

 나를 내려놓고 내 자신만을 모든 시간을 쏟는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그 계기가 여행이 되었던 것뿐이며, 나를 바라보는 ‘타인’은 나의 여행에 대해 왜 하필이면 볼 것도 없는 ‘골목’이 나며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를 향해 이유를 대가며 설득할 이유는 내게는 없다.

 ‘나를 돌아 볼 수 있고, 진심으로 내 마음 깊숙하게 꺼내놓지 못하는 진심까지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내게는 골목이 되었을 뿐이니 말이다.’

 내가 그대에게 말하고자 하는 작고 소소한 순간들의 기록들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나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작게 나마 그대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내가 원하지 않았던 상황들로 인해 지난날의 일들로, 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은 부담감과 죄책감으로 나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당당하지 못했다.

 물론, 그 가볍지 않은 나의 고민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조차 없었으며 그 모든 것은 물리적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일들이었기에, 달라질 것 없는 현실 앞에 나의 무게를 타인에게 위로를 바라며 던지지도 못했다.

 그런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 정신적으로 ‘공황 장애’라는 병이 찾아 왔고, 그 두려움 앞에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마음에서 찾아오는 병으로 인해 나는 스스로에게 단 한번의 ‘위로’도 해준적이 없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으며, 마주 하기 싫은 일을 피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처음부터 ‘골목’이라는 곳에 깃들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 옛친구들과 자주 거닐며, 놀았던 그 장소를 20년도 지난 지금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소에 닿으니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하나, 둘 기억이 나기 시작했고, 나는 시간에 떠밀려 이만큼 변해 버렸지만, 아주 오랜만에 찾은 이곳은 우리가 뛰어놀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시간이 만들어 놓은 거미줄을 가볍게 걸어가듯,골목을 거닐며 예전에는 신경 쓰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퉁이 한구석 소모돼 버려진 낡은 운동화.

 벽을 뚫고 끈질긴 생명을 자랑하던 잡초.

 어느 취객이 몰래 남기고 갔을 법한 오줌자욱.

 먹이를 찾아 위태롭게 담을 넘으며 서성이던

 고양이들.

 그 작고 소소한 풍경들에 어느덧 깨우지 못하고, 잠들어 있던 나의 감성이 그곳을 향해 집중하고 있었다.

 ‘골목’을 향한 나의 여행은 모든 ‘순간’ ‘순간’이 감동의 연속이었다.

 이리저리 얽히고 설켜 길을 잃을 것만 같은 곳.

 길이 없을 것 같지만 골목은 우리의 혈관처럼 모두가 하나로 연결이 돼있다.

 골목이란 단어는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애틋하고 아련하다.

 ‘공공마을미술프로젝트’로 인해 소외된 마을의 구석구석마다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고,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살던 청춘들도 골목으로 발걸음을 하고 있다. 골목은 아날로그 세대에게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장소가 되기도 할 것이다. 모두가 떠나버린 골목의 집들 사이로 허물어져내린 집들과 아직도 그곳에서 정겹게 살아가는 수많은 우리의 이웃들.

 단순히 골목은 옛기억을 추억하는 장소만은 아니었다.

 골목에 깃들어 있는 순간, 내가 아닌 이웃의 이야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그곳을 떠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그곳을 떠나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목포 다순구미에서 만난 할머니 한분은, 같은 공간에서 몇 십년을 살아오며 서로의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이해하며 가족 만큼이나 끈끈한 정으로 더불어 살아온 내 소중한 이웃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낯선 여행자였던 내가 그 장소를 더욱더 사랑하게 되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라며 여행을 계속해온건 어쩌면 그러한 따뜻한 인정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순간을 잠시 깃들다가는 여행자일 뿐이었지만 당신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것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셨다.

 당신으로 인해, 많이 부족한 나조차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내게 하는 모든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 그 한가지는 있다고 믿게 해주었다.

 여행을 계속해오던 ‘어느 무더운 여름, 내게 더운데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가라며 냉수 한 잔 내주시던 주름진 할머니의 손’을 바라보았던 순간, 당신이 살아온 그 모든 세월이 말을 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어느 골목 모퉁이 돗자리 하나 깔고서 삶은 감자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나눠마시며 웃음 짓던 당신의 미소에 오히려 내자신이 부끄러워졌고, 그들은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린 세월의 무게를 안고 있는 어른이 아닌, 진정한 어른이라고 느껴졌다.

 가난하게 살아왔어도, 가난 때문에 힘든때도 있었지만 벗어날 수 없는 그 사실에 절망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하던 당신. 나는 그런 당신 앞에서 몹시도 부끄러워졌다.

 당신으로 인해, 그동안 내 어깨를 짓누르던 나의 고민은 오히려 하찮은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길은 곧 사람의 역사이자, 사람이 남겨둔 흔적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한가지의 고통은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가슴 깊숙히 고이 묻어두기만 하고 살아야 하는 슬픔도 가득하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순간과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 많은 것들에 빼앗겨 버린 시선, 만남과 헤어짐, 끝과 시작, 절망과 희망, 새기고 싶은 이름과 지워내고 싶은 이름, 당연한 듯이 타인의 몫으로 남쳐 둔 채우리는 또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너 1825일의 기록-이동근 여행에세이’ 中에서…

 (sense#15.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사람과 사람의 인연으로 기억된다.)

 나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과 장소에서 우연히 ‘조우’한 나를 치유하던 ‘순간’들을 통해 인생의 많은 부분이 골목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생에도 바른길로 나아갈 수 있는 지도 한장쯤은 필요한 법이지만, 지도가 있어도 막다른 길로 들어서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하더라도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우리가 걷는 골목을 지나다 보면 알지 못하는 다른 길을 통해 비로소, 길밖에 있는 세상으로 발길이 닿기도 할테니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국의 ‘아흔’ 곳이 넘는 수많은 골목에 깃들었다.

 우리가 모르는 애틋한 사연 하나 품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내고통보다 더한 아픔을 온몸으로 끌어안은체, 살아가지 않는 사람 역시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진심을 담아 묻고 싶다.

 ‘지금 그대가 걷고 있는 길은 누구를 위한 길인지… 혹시나, 어느 길목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런지…’ 당신이 살아왔던, 당신을 웃게도 울게도 만들었던 순간들이 곧, 당신의 역사이자 기록이라는 것을 잊고 살지 않게 되길….

 매번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에서 탈출해 다른 풍경을 꿈꾸고 있을 당신, 지금 잘 쓰지 않는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자신이 지나쳐온 길 앞에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왔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그 순간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가 새로움의 연속일 것이다.

 작가노트

 - 2012 년 12월-21세기북스 ‘북이십일’

 E-BOOK 에세이 : 돌아갈 수 없는 날들

 의 풍경 발매

 - 2013 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 선정 ‘너1825일의기록 : 이동근 여행에세이’

 - 2013 년 감성포토자서전

 ‘내안의 깊은 울림’ 출간

 - 다큐멘터리3일 공모전 수상 ‘2011년’

 - 각종 사보 및 여행칼럼 기고 ‘2011~’

 - 미녀들의 수다:손요 에세이 리라이팅

 - 부산교통공사 지하철 교대역 스토리텔링 작품

 메일:happyend1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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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2013-10-05 19:55:59
이 가을 잠시 모든걸 놔두고 ㄴ나에게 시간을 쏟고 싶다.
여행은 잠시 모든걸 내려놓는 것일테니까

나그네 2013-10-05 18:07:15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 의미를 두고 살아야 겠어요

윤명종 2013-10-04 13: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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