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6:52 (금)
한 주를 밝히는 시
한 주를 밝히는 시
  • 박옥위
  • 승인 2013.09.08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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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전

 부추전
- 박옥위 (1941~) - 

초가을 해질녘 채마밭을 돌아 나오며

오랜만에 아이는 부추전을 조른다

치지직! 고향 이야길 한 넙데기 부친다

고소한 냄새에 코를 흠흠거리면서

할머닌 하늘나라에 왜 빨리 가셨을까

전화도 할 수 없다고 종알대는 철부지

생과 사의 경계를 어렴풋이 짚어보며

엄마는 죽지 말라 손잡고 당부하는

부추전 굽는 저녁이 고소하게 남아 있다

 약력
 부산 기장 출생
 1983년 ‘현대시조’ ‘시조문학’ 천료, 1965년 ‘새교실’ 시 천료
 시조집: ‘들꽃 그 하얀 뿌리’ ‘석류’ ‘금강초롱을 만나’ 외 다수
 이영도 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문학상 외 다수
 (현)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등

자식들이 성장하여 제 갈 길로 다들 떠나고 나면 지난날을 회상하게 될 때가 많다.

시인은 초가을 해 질 녘 그 어느 지난날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되어 그런지, 어디서 고소한 냄새가 나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와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요즘 같은 초가을, 채마밭을 가꾸던 엄마 곁에서 부추를 보자 아이는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가 부쳐주시던 부추전을 떠올린 것 같다. 그리고 엄마에게 부추전을 부쳐달라고 조른다. 엄마는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부추전에 할머니 살아계셨을 때의 고향을 생각하며 한 쟁반 부쳐낸다. 엄마가 부쳐낸 부추전의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아이는 추억 속의 할머니 생각에 젖는다. 고소한 부추전 속에는 항상 그리운 할머니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하늘나라로 떠나신 할머니가 보고 싶어

“왜 빨리 가셨을까?”

“전화도 할 수 없다.”는 철부지 아이의 말에는 천진스러운 그리움이 담겨 있어 마음이 아릿해 진다.

그런 아이의 말을 들었던 엄마는 부추전 굽던 고소한 저녁을 떠올리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인생의 저물녘에 앉아서…… <천성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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