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밝히는 시
한 주를 밝히는 시
  • 전일희
  • 승인 2013.09.01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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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 장날

-전일희(1951~)-

바람 불어 스산한 날

구포 장터로 간다.

흔들리는 마음마저

버스에 죄 실으니

보리밥 숭늉 맛보다

사람냄새 구수하다.

깊이 숨을 들이쉬고

저자를 천천히 돌자

저승 간 할머니께서

저만치 앉으셨고

‘내 새끼’ 귀여워 해 주시던

흰 수염도 나부낀다.

고추전(煎) 부추전(煎)에

침이 고이는 골목

옛날 손칼국수집

칼질 소리를 따라

발목이 시도록 걷고

한 바퀴를 더 돈다.

<약력>

경남 통영 출생

1976 <월간문학> 등단

시조집: ‘별나라통신’ ‘생선장수 김씨의 미소’

성파시조문학상 수상, 부산문학상 수상

(현)부산시조시인협회 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부회장

닷새에 한 번씩 서는 5일장에 가면 상설시장이나 대형 마트와는 다른 맛이 있다. 뻥튀기 장수도 있고 가축을 팔러 나온 사람도 있고 약초를 팔러 나온 사람도 있다.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갖 물건을 가져와 팔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그리고 그 곳에는 덤이 있고 에누리가 있고 정이 있어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난다. 말하자면 삶의 활력소가 넘쳐난다. 그래서 시인은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면 삶의 활력소를 얻기 위해 버스를 타고 구포 장터로 가는 것이다.

숨을 깊이 들이 쉬고 저자를 천천히 돌면 장터에 물건을 팔기 위해 앉아 있는 노인들을 통해 돌아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기도 한다.

현재 속에서 과거를 만나기도 하고 미래도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장터에서 시인은 침이 고이는 골목을 돌며 구수한 냄새, 사람 사는 냄새를 맡고 있다.

발목이 시도록 걷고 또 걸으면서....

<천성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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