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0:06 (목)
뜨거운 여름과 서서히 이별하며…
뜨거운 여름과 서서히 이별하며…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3.08.29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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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국장 직대
 지난주의 불볕더위와는 분명 다르다. 한풀 꺾였다. 그렇지만 이 더위는 꼬리를 늘어뜨리고 이름값을 아직 하고 있다. 한낮 햇살이 얼굴에 쏟아지면 여전히 괴롭다. 그런데도 지난주와 그 강도의 차이를 느끼는 것은 여름이 서서히 저물면 거부할 수 없는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다.

 올여름 더위는 대단했다. 여러 지방에서는 기상대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더위라면 살기 힘들 것 같다고 푸념했다. 북극곰이 얼음이 녹아내리는 북극에서 힘겹게 사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병상련을 느꼈을 것 같다. "저 친구 삶이 너무 팍팍하겠다"라고 애정을 담아 위로의 말을 던졌다면 이웃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다.

 인류는 더위에 큰 탈이 날 거라고 많은 과학자들이 예견한다. 계속 더위로 인류가 죽을 쑨다면 `설국열차`를 타고 지구를 탈출하는 영화 같은 현실이 열릴지 모른다. 아마 2030년쯤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오늘 한낮 온도가 49도까지 오릅니다. 내일은 50도를 넘기 때문에 바깥활동은 아예 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폭염으로 오늘 전국에서 2만 4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상이지만 터무니없는 소리도 아니다.

 올여름 40도를 넘겼으니 50도까지 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미식가들이 즐기는 두부 미꾸라지찜이 있다. 조리하는 방법이 재밌다. 미꾸라지를 냄비에 넣고 서서히 끓이면 요놈들은 처음에는 잘 돌아다닌다. 물의 온도가 오를수록 몸 동작이 약간씩 이상해 보여도 사는 데 별지장을 못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온도가 갑자기 안 올라 죽을지 살지 느끼지 못한다. 적당한 온도에 냄비 속에 두부를 넣으면 미꾸라지는 두부 속으로 쏙쏙 들어간다. 냄비 속 온도를 견뎌내지만 두부는 `신세계`다. 물 온도보다 조금이라도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미꾸라지는 현명하지만 통째로 삶기게 될 결말을 모른다.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면 견딜 수 있지만 생존을 분명히 위협받는 임계선은 온다. 이런 온도 상승 추이를 막는 브레이크가 없다면 인류는 두루 미꾸라지찜 같은 희안한 세상을 맞을 지 누가 알겠나.

 뜨거운 여름을 보낼 때 에어컨 만큼 고마운 전기제품도 없다. 틀면 시원한 바람이 나와 마음까지 시원하게 적셔 줘 뽀뽀라도 해주고 싶다. 집집마다 틀어대는 에어컨은 건물 바깥에 달려있는 실외기로 뜨거운 바람을 쏟아낸다. 찬바람을 강제로 만든 만큼 뜨거운 바람을 꽁무니로 뱉어 내는 건 당연하다.

 차를 몰다 쐬는 에어컨 바람은 얼마나 시원한지… 불덩이 같은 차를 운전하며 다녀도 차 운전자는 즐겁다. 차 속은 바깥 불볕더위와 상관이 없다. 뜨거운 차를 강제로 온도를 낮춰 운전자는 편안한 얼굴을 해도 길거리 사람들은 땀 한 방울을 더 흘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위와 맞서 냉방기구를 동원해 더위를 쉽게 꺾지만 후환을 두려워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분명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계속 녹아 빙하의 경계가 자꾸 뒤로 물러나고 있다. 뚜렷한 지구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면서 걱정은 쌓아도, 이런 변화가 결국 인류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생각은 대부분 사람들이 지워가고 있다. 두려움을 회피한다고 그게 저절로 물러나지는 않는다.

 올여름 더위는 기상대 관측 사상 여러 신기록을 세웠다. 신기록은 깨지려고 있는 것. 육상경기에만 적용되면 좋을 텐데 지구 온도도 이 룰을 따를 계연성이 높다. 유난히도 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두부 미꾸라짐찜이 된 불쌍한 미꾸라지가 혹 우리의 미래가 될수 있다는 상상은 시원한 영화관에서 `설국열차`를 본 것보다 더 스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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