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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경기와 같은 혼전 정치판
바둑경기와 같은 혼전 정치판
  • 박태홍
  • 승인 2013.08.26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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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태 홍 본사 회장
 프로 바둑기사의 시합은 단수와 관계없이 흑선 6집 반 공제로 치러진다.

 흑이 돌을 먼저 놓으면 흑이 유리해 보이고 백이 돌을 놓으면 백이 유리해 보이는 양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맥이 끊기면 수세에 몰리는 대접전이 벌어진다. 보통 흑ㆍ백 간에 맥이 끊기는 쪽이 불리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호각세를 보일 때면 끝내기로 승부가 가려지기도 한다. 요즘의 시국이 프로기사들의 바둑경기와 비슷하다.

 야당이나 정부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여당이 옳은 것 같고 야당이 말하면 또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이들의 말장난에 국민들은 헷갈리고 속고 있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지상파는 물론 종편까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국민들은 출연자들의 정치평론을 귀담아듣고 있다. 각 방송사의 패널선정도 기가 찰 정도다.

 보수와 혁신으로 구분되는 정치평론가 교수 등을 패널로 선정, 시청률 올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여야의 목소리가 패널들에 의해 재생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야당 쪽의 패널들은 불씨 하나로 불을 지피려 애쓰고 있다. 어떤 현안에 대해 시국이 지양하는 타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여ㆍ야간 감정 대립과 입씨름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은 4대강 사업이 그렇고 NLL 공방도 그렇다. 서로 간의 정쟁에 따라 수시로 정책이 바뀌기도 한다. 까보자 또는 덮자 등 국민의 입장에서 이해하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말들이 오고 간다. 게다가 국정원의 댓글 의혹사건도 도를 넘어 지나치리만치 진흙탕 싸움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선량들이 해서는 안 될 언행을 부끄러움 없이 하고 있다. 댓글 의혹 사건은 검찰조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국정조사까지 열었다. 이때도 여ㆍ야로 나뉜 특위 위원들은 말싸움만 하다가 끝이 났다.

 고성이 오갔고 일반인들도 사용치 않는 막말들이 전파를 타고 국민에게 전달됐다.

 이들 모두는 석ㆍ박사들이고 각종 분야의 전문 지식인이며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존경과 신망을 받았기에 금배치를 단 선량들이다.

 그런데도 국정조사장에만 가면 시정잡배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경청하지 않는 모습들로 일관한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몰지각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증인들도 이에 동조라도 하듯 편이 갈라진다. 정쟁의 도를 넘어선 장사치들의 자리다툼과도 같은 국정조사특위의 청문회가 여과 없이 방송되기도 한다.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중계방송이라 할지라도 낯 뜨거운 장면들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같은 일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8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 관련 국정조사도 지난 2011년 11월 저축은행 비리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도 의혹만 여전하고 공방은 그대로여서 댓글 사건과 마찬가지로 건져낸 것이 없다.

 국정원의 댓글 사건에 대한 국회국정조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민주당은 특검을 주장한다.

 그리고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경위 등을 한꺼번에 밝히자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논란을 끝내고 다음 달 민생예산국회를 열자고 맞서고 있다.

 국민들은 국정원 댓글 사건 진실을 알고 싶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원한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도 청문회에서도 국민이 납득할만한 진실은 규명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다음 달 민생예산국회를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요구하고 주장하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여ㆍ야 영수회담으로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상대를 배려하는 덕목으로 국가경영에 매진해야 할 때인 듯 하다.

 남북관계의 긴장도 완화되는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평소의 정치철학과 소신인 안거락업(安居樂業)을 야당과 함께 손잡고 이룩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여망하고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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