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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벚꽃 나무 아래서의 복수 <206>
제12화 벚꽃 나무 아래서의 복수 <206>
  • 서휘산
  • 승인 2013.08.22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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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벚꽃 나무 아래서의 복수 (13)
 “나팔호는 지금 내게 잡혀있고, 그 아이가 녹음한 테이프도 내가 가지고 있다. 그리고 네가 거래하고 있는 마약도 가지고 있어.”

 “그걸 어떻게 믿는단 말이냐?”

 “못 믿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

 “그러나 이 일은 나하고 그 아이 밖엔 아무도 모른다.”

 이윽고 작두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이하고 이 증거품, 그리고 나팔호를 맞바꾸고 싶다.”

 “…….”

 “이봐?”

 “기다리쇼. 생각 좀 해봐야겠어.”

 상대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자 백지한은 허탈했다. 그가 핸드폰을 나팔호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아무래도 넌 이 자리에서 죽어야할 모양이다.”

 “동생. 한번만.”

 나팔호는 이제 빌었다. 비탄과 절망으로 그 얼굴이 초췌하다 못해 반송장이 되어 있었다.

 “아이만 돌아온다면 봐준다.”

 백지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찻집 안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고 백지한은 연신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여섯 시 오 분전이다.

 “나쁜 자식.”

 백지한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다시 정적이 흘렀다. 백지한은 주전자를 기울여 물을 마셨다. 그의 갈증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여섯 시.

 “안되겠군.”

 백지한이 나팔호를 노려보았다. 그 때 나팔호의 휴대폰이 울었고 백지한이 턱을 조금 들었다.

 “받아 봐.”

 “여보세요.”

 나팔호가 핸드폰을 귀에 댔다가 넘겨주었다.

 “바꿔 달래.”

 백지한은 휴대폰을 낚아채듯 가져왔다.

 “백지한이다.”

 “우리 협상합시다.”

 “어떻게?”

 백지한이 상체를 굽혔다.

 “바꾸잔 말이오.”

 “정말이냐?”

 “이 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좋다. 아일 지금 당장 데리고 와라.”

 “당신이 오시오.”

 “수작부리는 건 아니겠지?”

 “싫으면 그만 두쇼.”

 백지한이 서둘러 물었다.

 “어디냐?”

 “수출자유지역에 있는 양경산업 창고요.”

 “어디쯤 있나?”

 “삼양식품 뒤쪽이요.”

 “알았다.

 ”“꼬리를 달고 오거나 경찰에 연락한다면 이 가시나의 목숨은 없는 거요.”

 “알았다.”

 휴대폰을 끊고 백지한이 턱을 들었다.

 “일어서.”

 # 수련이 눈을 떴다. 철골구조가 설킨 조립식 판넬 지붕이 높았다. 깨진 창으로 몰려온 바람에 창고 안의 쓰레기가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씨발년 이제 정신을 차리는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그녀는 얼굴을 돌렸다. 삭발한 거구의 사내였다. 그녀는 묶인 두 손을 들어 본능적으로 가슴을 가렸다. 발가벗겨져 있었고 엉덩이가 끈적거렸다. 비릿한 사내들의 정액냄새가 시멘트가루 냄새와 섞여 코를 찔렀다.

 수련은 서럽고 쓸쓸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선 묘한 쾌감이 일었다. 사내들의 행동으로 봐서 택시기사는 증거물을 잘 전해준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나팔호는 끝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징그러운 사내들도…….

 그러면 되는 것이다. 그 뒤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단지 그 전에 아저씨의 얼굴을 한번만 볼 수 있다면…….

 가슴속이 뜨거워진 아이는 이마를 무릎에 얹고 꺼이꺼이 울었다.

 “시끄러. 이년아!”

 “짐승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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