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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도적 학습ㆍ학생 선택 존중 교육하지요”
“자기 주도적 학습ㆍ학생 선택 존중 교육하지요”
  • 이병영 기자
  • 승인 2013.08.21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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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봉고등학교‘전국 최초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태봉고등학교 전경. 개교 4년을 맞은 태봉고는 전국 첫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로 출발했다.
전국 최초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 ‘행복한 사람’ 육성
오해와 편견 넘어 ‘배우며 가르치기’ 교육과정 운영
교내 연극동아리, 경남 청소년 연극계 두각 나타내

 2013년 개교 4년 차를 맞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태봉고등학교(교장 여태전)는 ‘전국 최초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로 출발했다.

 대안학교라고 하면 그 용어에서부터 부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많은 편견과 오해가 있었다. 요즈음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에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대안이라는 말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 태봉고등학교 여태전 교장

 공모교장으로 4년간 태봉고를 이끌어 온 여태전 교장을 만나서 현장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태봉고는 마산 외곽지의 조그마한 태봉마을 입구에 위치해 있다. 학교를 들어서자마자 첫 인상이 아주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학교임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우선 교장실 문을 열자 일반 교장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반 칸 정도는 업무공간으로 별 차이가 없으나, 나버지 반 칸은 조용한 산속 찻집 분위기를 자아내며 여 교장과 함께 긴 나무탁자를 가운데에 두고 서로 마주 보면서 막사발 잔으로 깊이 우려낸 차 한 잔 마시면서 학교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학교를 넘어선 학교

 - 어떤 철학을 가지고 태봉고등학교를 열었는지?

 그는 열정적인 목소리로 자신의 교육 철학을 쏟아냈다. “어떤 형태의 교육이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고(弘益人間) 개개인의 삶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때 삶과 교육의 핵심 원리는 사랑이고,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배우고 또 배우는 존재이다. 따라서 태봉고등학교의 비전과 교육목표는 ‘사랑과 배움의 공동체 형성으로 행복한 사람을 육성한다’로 설정했다. 이러한 비전과 목표는 일반학교다 대안학교다 하는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그 어떤 형태의 학교든, 행복한 학교에서 행복한 사람을 기르자는 목표에 동의치 않을 학교는 한 군데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일반학교는 이런 목표와 비전이 명시적인 구호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대안학교는 곧바로 현장에서 구현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 경남 청소년 연극 분야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태봉고 연극동아리 ‘끼모아’ 학생들.
- 태봉고가 일반학교와 다른점은 무엇인가.

 “대안학교는 기존의 학교가 너무 교사중심, 성과와 관리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과 선택을 존중하는 ‘아동중심 교육관’을 바탕으로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일제수업과 획일주의 수업을 지양하고, 더불어 협력하고 개개인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형태를 바꾸려고 했다. 또 교과서 중심으로 일방적인 지식 전달교육에서 체험중심으로 지식을 창조하는 수업방식으로 바꾸려고 했다. 이런 인식에 기초해 나는 지금 구체적으로 미국의 메트스쿨과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 원리에 주목하면서 태봉고등학교의 밑그림을 그려 왔다.”

 그가 말한 태봉고는 ‘학생 중심 학교’라는 말이었다. 교육의 중심에 학생이 있고,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들을 지원(Adviser)하는 시스템이란 것이다. 기본적으로 학생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메트스쿨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맞추는 개별화 맞춤 교육이다.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 학교 밖 현실 세계를 경험하는 체험학습 중심으로 이뤄진다. 말하자면, ‘인턴쉽을 통한 학습’(LTI: learning through internships)의 원리인데, 학생들 각자의 관심에 따라서 길잡이 교사(advisor), 사회 길잡이(mentor), 학부모가 공동으로 협의하면서 학습계획을 짜고 인턴쉽을 실행합니다. 그래서 메트스쿨을 ‘학교를 넘어선 학교’라고 하는 것이다.”

  서로 배우는 학교

 태봉고의 교육과정 중에서 LTI 교육과정이 나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LTI 교육과정은 철저하게 자기 주도적 배움으로 설계했으며, 학생들이 스스로 자발성을 기초로 해 수행해 나간다는 것이다. LTI는 준비단계, 실행단계, 평가단계 등 3단계로 이뤄져 있다. 학생이 한 학기 동안 실시할 LTI 프로젝트 학습의 주제를 설정하고,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를 정한 후 협력자(멘토)를 찾는 과정도 매우 중요한 배움 거리라고 했다. 준비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멘토를 만나거나, 현장을 방문하거나, 인터뷰를 하거나,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실행과정을 마치고 나면 학기 말에 그 결과를 정리하고 발표해 평가를 받는 ‘LTI PT Day’를 통해서 한 학기의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서로 배우기’라는 것이다. 이 과정을 먼저 시작한 선배에게서 배울 수도 있고, 그 분야에서 더 전문적인 후배에게서도 배울 수 있고, 그 분야에서 직접 활동하고 있는 멘토들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가 배우면서도 누군가에게 배워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배우며 가르치기’가 가장 좋은 배움의 형태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일반학교의 교육과정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인데, 태봉고는 이를 잘 해나가고 있다.

▲ 태봉고 연극동아리는 경남은 물론 전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연극동아리 ‘끼모아’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태봉고 연극동아리는 창단 4년 차에 불과하지만 경남 청소년 연극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창단 첫해인 지난 2010년에 경남청소년연극제에 출품해 단체 장려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해, 2011년에 경남청소년연극제 단체 장려상, 개천 예술학생연극제 단체 우수상, 2012년에 경남청소년연극제 단체 최우수상, 전국청소년연극제 단체 우수상을 받아 경남에서 전국대회 출전 이후 처음으로 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는 지난해 3학년 4명이 졸업한 후라 대회 경험이 있는 학생은 2명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남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출품 준비를 하고 있다.

▲ 태봉고 교지. 담쟁이, NCF, 흔들리며 피는 꽃.
 태봉고는 뮤지컬학교로 선정돼 청소년 문화예술의 거점학교 역할도 하게 되며, 학생 동아리로서는 상당히 많은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 경남청소년연극제, 전국청소년연극제, 개천 예술학생연극제, 제1회 뮤지컬경연대회 등 대회에 참가하는 것과 초청공연, 찾아가는 지역 문화예술 공연, 졸업공연 및 정기공연 등 한 해 동안 참으로 바쁘게 보내게 될 예정이다.

 태봉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들 하고 있다. 말하는 그들의 표정에서도 행복이 느껴지는 듯해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 됐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교사가, 또 학교가 존재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참 행복을 꿈꾸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좀 더 밝아지겠다는 한 줄기 희망을 느꼈다. 학생이 행복한 교육! 꼭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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