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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亡人(미망인)
未亡人(미망인)
  • 송종복
  • 승인 2013.08.20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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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 수석부회장
未: 미 - 아니다 亡: 망 - 잃다 人: 인 - 사람

남편을 따라 죽지 못한 여인, 즉 홑몸이 된 여인을 말함. 스스로 남편을 따라 죽어야하는데 아직도 살아있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말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미망인`이라 부르면 크게 결례

미망인을 과부(寡婦), 과녀(寡女), 과수(寡守), 홀어미, 과부댁(寡婦宅), (높임말)홀어머니라고 한다. 그와 반대로 아내 없이 혼자 지내는 사내를 환부(鰥夫), 광부(曠夫), 홀아비, (높임말)홀아버니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홀아비의 반대말은 핫아비(아내가 있는 남자)고, 홀어미의 반대말은 핫어미(남편이 있는 여자)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장공편(莊公篇)에 의하면 초(楚)나라 재상인 자원(子元)이 과부가 된 문왕의 부인을 유혹하려고 부인의 집 근처에 누각을 짓고 무악(舞樂)을 즐겼다. 문왕의 부인은 이를 보고 "돌아가신 왕(남편)은 군대를 훈련할 때만 무악을 했는데, 자원은 이 `미망인(未亡人)` 옆에서 무악을 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때 而於 未亡人側(이어 미망인측)이란 문장에서 처음 `미망인`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이 외에도 중국 위(衛)나라의 정공(定公)이 병으로 자리에 누운 채 병이 낫지 않자 첩(妾)에게서 낳은 아들 간을 태자로 삼았다. 그 후 정공은 병이 악화돼 결국 세상을 떠났는데, 태자 간은 아버지의 상(喪)을 당해서도 조금도 슬퍼하거나 애통해하지 않았다. 이에 장례를 치른 후 정공의 아내 본처(本妻)인 강씨(姜氏)는 태자의 무례한 태도에 몹시 분개해 식음을 전폐하고 깊게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 망나니는 결국 나라를 망치고 말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미망인(未亡人)`에게도 트집을 잡아 괴롭힐 것이 틀림없다. 아아! 이제 하늘은 우리나라를 버리시는가? 당연히 왕위를 물려받아야 할 내 아들 전야(본부인 강씨의 아들)가 어려서 왕위에 오르지 못하니, 따돌림을 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구나!" 이 이야기에서처럼 미망인(未亡人)이란,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어야 하지만 아직 살아 있다는 뜻으로, 아내가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 사용한 말이다.

 과부란 그 여자를 주체로 해 그 여자의 현재 상태를 나타낸 말이다. 어떤 여자가 남편이 없이 혼자 살고 있을 때는 `그녀는 과부다`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러나 미망인은 그 여자의 남편을 염두에 두고 표현한 말이다.

 요즘 사회단체를 살펴보면 `6ㆍ25 참전 유공자 미망인`, `검은 미망인회`, `전몰군경미망인회`와 같은 단체가 있는데, 이는 남편과 사별한 부인들이 스스로를 가리켜 `미망인`이라 이름 붙인 경우므로 겸양의 뜻을 지닌다 하겠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남편 잃은 부인을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커다란 결례가 되는 것이다. 최근 미망인이란 `여자는 남편을 따라 죽지 못했다`는 뜻으로 쓰는 것은 고대의 순장(殉葬) 풍습이나, 가부장적인 사회, 동양의 윤리인 부창부수(夫唱婦隨),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에서 나온 단어라 해 심지어는 꺼리며 여남평등의 사회에서는 옳지 않다는 논리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듣는 이의 기분에 달려있지만 남편을 너무 의식해 `미망인`이라고 쓰는 것은 도리어 그 분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어 언급해 본다. 그냥 `여사`라고 써도 되는 것을 굳이 `미망인`이란 단어를 사용해 항시 그의 남자를 들먹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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