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6:06 (금)
老益壯(노익장)
老益壯(노익장)
  • 송종복
  • 승인 2013.08.13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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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 수석부회장
늙을 수륵 건장하다. 즉 나이가 들었어도 결코 젊은이다운 패기가 변하지 않고 오히려 기력이 더 좋아진다는 뜻.

75세 김기춘 비서실장 `노익장` 너무 기대?

 후한서(後漢書)에 의하면 전한(前漢) 말기에 마원(馬援)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부풍군의 독우관이 돼 죄수를 호송하는 중, 이런 저런 하소연 하는 죄수들에게 동정심을 느껴 그들을 풀어 주고 북쪽으로 도망갔다. 그는 북쪽에 피신해 살면서 친구들과 담소 중에 대장부의 의지는 어려울 때는 마땅히 굳세야 하며 늙은 후에는 마땅히 더욱 왕성해야 한다. 즉 대장부위지(大丈夫爲志) 궁당익견(窮當益堅) 노당익장(老當益壯)이란 한 데서 `노익장`의 말을 사용했다.

 그 후 마원은 광무제(光武帝)를 알현하게 되자, 복파장군(僕波將軍)으로 임명받아 남방의 교지(交趾)를 평정했다. 얼마 후,동정호(洞庭湖)에서 만족이 반란을 일으키자, 광무제가 보낸 군대는 전멸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마원이 자신에게 군대를 달라고 청하자 광무제는 "그대는 이제 너무 늙었소" 하고 만류했다. 그러자 그는 펄쩍 뛰며 말했다. "신(臣)의 나이 62세지만 아직도 갑옷을 입고 말을 탈 수 있으니 늙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는 갑옷을 입고 말에 안장을 채우는 것을 보고 광무제는 감탄했다. 결국 마원은 군대를 이끌고 정벌 길에 올라 만족의 항복을 받아내자 광무제는 마원(馬援)을 `노익장(老益壯)`이라 칭찬했다.

 공자가 말하기를 "인간 70 고래희(古來稀)"라 말해 `70세 넘기는 것은 드문 일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 인생은 70세부터다. 이때부터는 가정과 자녀교육을 마치고, 직장에 얽매이는 일도 없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때라고 여긴다. 역사적으로 노익장을 살펴보면 고종(1887)때 박문규는 40세에 공부를 시작해 83세에 과거에 급제해 병조참지에 등용됐다. 현재도 노익장을 자랑하는 인사를 열거해 보면, 강원도 원주시 변호사 김병두(102), 2012년에 공주경찰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박기준(100), 역사학에 몰두하는 한우근(98),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인 송해(88), 동아제약 대표에 강신호(86),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 교육 강사 김진하(86), 2010년에 법무사 자격증을 취득 개업한 홍홍수(85) 등의 활동은 노익장이라 일컬어 질 만하다.

 2012년 총선 때 경기 김포에 출마한 김두섭(82), 경인여자대학 재학생인 조재구(80), 서울 힐링마라톤대회(42만 195km) 200회나 거뜬히 완주한 이해영(77), 2013년도 제주교육청의 고졸 검정고시에 지원한 할머니(71), 춘천시 퇴계동의 안희규(118), 서울 독산동 박정수(114) 등도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정계에서는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89세, 엘리자베스 2세의 영국 여왕은 87세다.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88세,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왕은 85세다. 또 대통령 비서실장인 김기춘도 `노익장`으로 세간의 화제다. 필요가 있어 다시 그를 부른 것이겠으나, 75세의 고령비서를 둔 대통령이 혹시 버겁지 않을까. `노익장`의 단어가 본래는 마음가짐에 관한 권유였음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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