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0:49 (금)
철면피(鐵面皮)
철면피(鐵面皮)
  • 송종복
  • 승인 2013.08.06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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鐵:철 - 쇠, 面:면 - 얼굴, 皮:피 - 가죽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 수석부회장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는 뜻으로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비웃는 말.
요즘 정치인 중 `철면피`가 너무 많아

 중국 송(宋)나라 때 손광헌(孫光憲)이 지은 북몽쇄언에 왕광원(王光遠)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학식과 재능이 뛰어나 과거에도 급제(及第)해 진사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그는 출세욕이 너무 강해, 어떻게든 권문세가에 줄을 대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권세가(權勢家)가 술에 잔뜩 취해 채찍을 가지고 와서 스트레스도 풀 겸해 왕광원(王光遠)에게 시비를 걸었다. "나한테 한번 맞아 보겠느냐?" 권세가의 말에 보통 사람 같으면 기분이 나빠 피하던지, 맞서 싸우든지 했을 텐데, 이 왕광원은 권세가의 기분을 맞춰주면 훗날 출세(出世)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그에게 아부를 하기 시작했다.

 "예, 나리께서 기분이 좋아지신다면 저의 등을 치십시오. 나리께서 때리시면 매도 달콤할 겁니다" 그러면서 웃옷을 벗어 그에게 등을 돌려줬다. "좋아 그러면 기분 좋게 한 대 때려주지!" 하면서 힘껏 왕광원의 등을 후려쳤다.

 왕광원은 등에서 살이 터져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그는 권세가(權勢家)에게 아부의 말을 계속했다. "아이고, 나리께서 쳐주시니 뭉쳤던 근육이 확 펴지네요. 나리 한 번 더 쳐주세요." 그의 말에 권세가는 더욱 힘을 주어 그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한 대, 두 대… 계속해서 채찍을 휘둘러도 왕관원(王光遠)은 아부하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그의 등은 완전히 피범벅이 됐고 땅바닥에도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 권세가(權勢家)는 그의 등을 내리치다 지쳐 집으로 돌아갔다. 그제서야 옷을 주워 입으면서 옷이 그의 등을 스칠 때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도 계속 웃고 있었다. 언젠가 그에게 출세(出世)의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의 친구가 그에게 꾸지람했다. "자네는 지금 웃음이 나오는가? 남들 보기 창피하지도 않는가?" "뭐가 창피한가?" "아무리 출세(出世)가 좋아도,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렇게 매를 맞을 수 있는가?" 친구가 화를 내며 얘기했지만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게 뭐 어떤가, 출세(出世)만 할 수 있다면 난 이보다 더한 것도 할 텐데" 친구는 어이없어서 혀만 차고 가버렸다.

 그 이후로 사람들이 왕광원을 일컬어 `낮가죽이 철갑(鐵甲) 열 겹만큼 두껍다(顔厚如十重鐵甲)`고 비웃었는데 여기서 유래된 말이 철면피(鐵面皮)다. 이는 쇠로 된 낯가죽이 철판처럼 두꺼워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도 수치심을 느낄 줄 모르는 뻔뻔한 사람을 이를 때 사용한다. 즉 얼굴이 철면피라서 순순히 말로 타일러서 되는 일이 없다. 또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 "넌 정말 철면피로구나"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또한 사람들이 눈치도 없이, 전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또한 철면피라고 부른다.

 우리 주위에 제발 왕광원(王光遠)과 같은 철면피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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