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7:17 (목)
변방과 서울 촌놈
변방과 서울 촌놈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3.08.04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재근 칼럼 본사 전무이사
  경남은 변방이다. 서울에서 모 인사와 명함을 주고받았다. 명함을 건네받은 후 첫 말이 "아! 지방"에서 활동하시는가 봐요. 곧, 변방의 촌놈이란 얘기다.

 사회생활의 첫 출발이 서울이고 왕래가 잦지만 첫 대면한 생면부지의 인사로부터 서울 사람들의 지방에 대한 생각을 직접 접하고 보니 당혹스런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

 기실(其實)은 그도, 서울을 매일 들락거리지만 수도권이란 경기도에서 사는 삶이면서도 결론은 서울, 수도권 이외에는 모두가 촌이고 촌놈이었다. 1968년, 하숙방을 구하려 다닐 때도 `경상도 학생`이구먼 이란 소릴 들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21세기인 지금 서울사람들의 생각이 이러하니 모든 게 서울 우선인 정책도 강제해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350만 명이 사는 경남, 그것도 GRDP가 서울, 경기도에 이어 전국 3위인 경남을 보는 시각과 생각이 그렇다면 변방인 경남이 중심이 되는 길뿐이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인 것 같고 경남도민들의 응집력 또한 `강 건너 불구경`인 것 같아 아쉽다. 소설가 이호철 씨의 `서울은 만원이다`가 신문에 연재돼 인기를 끈 1968년 당시, 서울 인구는 고작 370만 명이었다. 그 후 폭발적 인구증가에도 불구하고 서울이 건재한 것은 `성장 과실`의 상당수가 기반시설 및 도시 서비스 부문에 투자되어 더 많은 인구를 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수도권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전 분야의 총본산이다. 또 블랙홀인 서울공화국은 지방을 `내부 식민지(internal colony)`로 만든 결과까지 초래했고 수도권도 날로 팽창, 충청 강원권마저 수도권으로 분류될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상 지방이란 남부권인 영ㆍ호남뿐이다. 지난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대학신설금지, 기업입지 규제, 개발사업 제한으로 수도권과 접해 수혜지역화 된 때문이다.

 실제 강원과 충청권은 정부규제의 풍선효과로 반사이익을 챙겼다. 2010년 충남의 지역내 총생산(GRDP)은 3천801만 원으로 전국 평균(2천405만 원)보다 1천400만 원가량 많았다.

 GDP 증가율은 더욱 놀랍다. 최근 10년간 114.8%로 다른 지역 평균의 두 배가 넘는 격차로 1위를 기록했다. 10년 전 1만 달러를 겨우 넘던 지역이 10년 사이에 3만 달러에 이르는 곳으로 연평균 8.2%를 성장, 충청권만 미소를 지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울산에 이어 2위며 올해는 전국 1위가 기대된다. 하지만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도권 규제를 비롯한 수도권 및 지방의 산업단지 입지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겠다는 수도권 규제 완화 조짐에 발끈하고 나섰다. 또 국회이전도 요구하는 등 정부청사가 들어서도 그들의 제 몫 챙기기에는 끝이 없다.

 물론 충청권이 수도권과 접한 지리적 근접성도 있지만 선거 때면 덕을 톡톡하게 챙겼다. 충청권은 영남권의 반에 못 미치는 인구에도 선거 때면 소위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다. 영ㆍ호남이 분열돼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정치적 순간마다 그 역할을 더했다.

 그 결과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종합청사 이전, 과학기술벨트의 선정 등도 이 지역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었고 그 결과는 지방도 양극화의 기로에 섰다. 경남의 경우만 해도 경남도의 수부도시인 창원의 일부 도 단위기관 이전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중앙정부 각 부처의 경남이전이 실행되고 있는 와중에 난센스다. `낙동강 오리알`을 자초하는 경남이 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균형발전을 위한 관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결론은 균형발전이다. 따라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사실 영호남이라 변방 이래도 호남은 제 몫 챙기기에 여야가 따로 없다. 또 TK(대구 경북)는 남이나 마찬가지고 P(부산)는 이웃사촌이라지만 현안을 두고는 견원지간이나 다를 바 없다. 경남과의 상생은 곁가지나 다를 바 없어 경남만 `나 홀로` 변방이다.

 `로마의 이야기`작가는 "역사의 변화는 변방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변방인 경남의 미래 50년을 위해서는 생떼도, 삿대질도, 욕지거리를 해서라도 경남의 몫을 챙겨야 한다. 하지만 축이 돼야 할 정치권은 정파 이익에 우선하거나 휴면(?) 중이어서 기대할 게 없다. 경남도민이 중심이 돼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서울 촌놈`들 이라고 큰 소리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