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2:08 (수)
九尾狐 (구미호)
九尾狐 (구미호)
  • 송종복
  • 승인 2013.07.16 2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 수석부회장
九:구 -아홉, 尾:미 -꼬리, 狐:호 -여우

꼬리가 9개(또는 길이가 9尺) 달린 여우로, 그로 하여금 남성을 농락한다는 의미
능력 인정받아 고위직 차지해도 여성은 ‘구미호’ 같이 되면 안 돼

 「현중기(玄中記)」에 여우가 천년을 묵으면 ‘구미호’ 또는 ‘매구’로 둔갑한다고 한다.「산해경」에는 ‘청구산’에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같은 동물이 있는데 그 소리는 마치 어린애 같고 사람을 잘 잡아먹는다. 이것을 먹으면 ‘요사스러운 기운에 빠지지 않는다’ 또는 ‘꼬리 아홉개 달린 흰여우를 보면 왕의 자리에 오른다’고 돼 있다. 대개 구미호는 여성으로 묘사되며 인간으로 둔갑할 때도 여성인 경우가 많다.

 명나라달봉신연의(封神演義)」에는 은(殷)나라 때 아름다운 여자로 변신한 ‘달기’라는 ‘구미호’가 주왕(紂王)을 홀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나랏일을 농단하는 등 사악한 짓을 하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따라서 중국의 구미호는 표독하고 간사한 여성상을 상징하며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구미호’는 무서운 이야기로 등장하지만 해를 끼치는 요물은 아니며, 인간이 되고 싶은 강한 소망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 예로 아리따운 인간 여자로 둔갑해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는데 만약 구미호가 자신의 정체를 남편에게 들키지 않고 백날을 같이 살면 진짜 인간이 된다고 하는 전설이다. 그러나 전설의 끝 부분에 가면 대개 하루를 남겨놓고 정체를 들켜 소망을 이루지 못한 구미호는 남편에게서 떠나는 것으로 전설의 막을 내린다. 따라서 구미호는 보통 천계의 요괴나 신령스런 높은 서열의 요괴로 지칭된다.

 한번은 구미호가 서울 장안에 나타나서 9자(尺)나 되는 긴 꼬리를 돌리니 뭇 사람들이 보고는 혼이 다 빠져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구미호는 뭇 사람들은 자기 멋대로 농락하곤 했다. 이와 같이 뭇 남성을 농락하는 여인을 비유하기도 해 이를 ‘구미호’ 같은 여인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 의미가 퇴색돼 가는데 한국에서는 현재까지도 요괴로 불린다. 이러한 관점의 구미호(九尾狐)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구미호’, ‘구미호 가족’, ‘천년여우’, ‘여우비’가 있다. 또한 KBS의 전설의 고향에 ‘구미호’와 ‘백년 한’ 그리고 SBS의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 등 다수가 존재한다.

 지금은 세상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20여 년 전 필자가 스웨덴에 갔을 때 ‘가이드’가 말하길 국토의 평지와 호수가 많은 나라는 여성 왕국이 많은 반면, 산악지대는 주로 남성 왕국이 많다는 해설을 듣고 그게 일리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시대는 변화했다. 현 한국에는 통수권도 여성이며 법관 및 공무원의 합격수도 여성이 추월하고 있고 지방단체장에도 다수가 선출된다.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그 위치의 ‘감’이 되는 분도 있지만 더러는 미흡한 분도 적지 않다. 위치에 걸맞는 자질이나 능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구미호’와 같은 천년여우는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