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1:33 (수)
막말로 얼룩진 한국 정치
막말로 얼룩진 한국 정치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3.07.14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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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 본사 전무이사
 고대 그리스의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정치는 불학무식한 깡패들에게나 알맞은 직업"이라고 했다. 그래서 일까? 대한민국 국민들은 가장 신뢰하지 않는 집단으로 정치, 국회의원을 꼽는다. 그 원인이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막말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손꼽힌다.

 그 귀태(鬼胎)발언으로 대한민국 정치는 또 한 번 멈춰 섰다. 이로 인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문제, 의료원 문제를 논의할 국정조사 등이 모두 정지되기도 했다. `나오지 않았어야 할 말` 때문에 중요 국정 현안이 모두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그 막말 파동으로 중단된 정치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1998년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재봉틀로 박아야 한다는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 2005년 노무현의 뇌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 여론의 공분을 산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 "MB정권을 겨냥,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고 한 민주당 천정배 의원, 전 경남지사 김태호 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김 의원은 지난 때선 때 `홍어 X`이란 원색 막말을 퍼부어 논란을 자초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비난하면서 "국민이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홍어 X` 정도로만 생각하는 이런 국민 쇼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막말로 논란을 자초했다.

 또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박XX 그년"이라는 글, 유권자를 향해 "이민 가라"란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 인혁당 논란 때 "배가 부른 모양이지"라고 비아냥거린 이한구 새누리당 당시 원내대표 등 막말시리즈를 하나 둘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아무튼 홍익표 민주당 원내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鬼胎)라고 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귀태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파문이 커지자 홍 원내 대변인은 대변인직을 사퇴하고 당 대표도 유감을 표시, 일단락 됐지만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 국회는 폭언 방지를 위해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파 간 이견에도 이런데 국정조사 등 수감기관에 대해서는 시중 잡배보다도 더한 막말과 비아냥거림이 넘쳐난다. 민주당 K모 의원은 지난 13일 진주의료원 국정조사 특위활동 때 경남도 고위간부를 향해 "경상남도는 행정기관입니까? 사기꾼 집단입니까? 홍준표 지사는 도지사입니까? 사기꾼의 괴수입니까? 사기쳐! 당신들 사기꾼들이야. 닥쳐! 닥쳐! 이 새끼야"란 막말을 퍼부었다. 경남도가 사기꾼 집단이라면 경남도민은 뭐란 말인가. 국회의원 눈에는 정말 보이는 게 없는가보다. 아무튼 국민의 대표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오다가다 만난 사람이나 앞으로 모르고 지내도 될 부류로 여겨 `부끄러움은 잠시, 실리는 영원`이라고 믿고 있으니 당사자인 국민은 열 받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 인사의 발언은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정치인 스스로 단어선택과 표현방식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신중을 기해서 한 말도 앞뒤 자르고 이른바 `사운드 바이트`로 보도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자극적인 표현이 동원되는 경우도 불가피할 수는 있으나, 그래도 상식의 선을 넘어서는 것은 곤란하다.

 당장의 쾌감은 있겠지만, 언어폭력을 일삼는 일은 자신의 도덕성과 인격에 대한 자해행위로 되돌아오게 돼 있기 때문이다. 또 신뢰하지 않는 집단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신뢰를 쌓는데 주력하지 않는다면 정치의 영역은 점차 좁아질 것이다.

 아무쪼록 날로 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정치공간에서 정치권 인사들은 감정의 과잉표출과 무분별한 언어사용을 최대한 절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늘 말을 조심해야 한다.

 옛말에 `세 치 혀 밑에 도끼가 들어 있다`는 것이 있다. 세 치 혀에서 나오는 말 한 마디가 사람을 다치게 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입과 혀는 근심과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몸뚱이를 망치는 도끼다`란 것도 막말과 망언이 난무하는 현세에 범상치 않은 시사점을 던지는 금언(金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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