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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재활사 “전문성 결여된 국가고시 전면 거부”
언어재활사 “전문성 결여된 국가고시 전면 거부”
  • 한상지
  • 승인 2013.06.21 0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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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상 지 라온언어심리치료센터 원장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소통하고 공유하며 나눌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매체는 ‘언어’이다. 그래서 다른 어떤 능력보다 의사소통을 통해 타인을 수용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능력은 삶을 영위해나갈 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언어재활사란, 생애 중 발생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문제, 즉 언어와 말에 어려움이 있는 대상자들의 중재 및 재활을 담당하는 직업을 말한다. 아동기 언어발달장애를 비롯해 뇌졸중 또는 치매와 같이 두뇌 기능 장애로 인한 말ㆍ언어장애, 삼킴장애, 발음에 문제를 보이는 조음음운장애, 성대 등 음성산출기관의 문제로 인해 목소리를 정상적으로 산출하지 못하는 음성장애, 말더듬증과 같은 유창성장애, 지적장애 또는 자폐범주성 장애 등과 같은 발달장애를 동반한 의사소통장애, 청각장애를 동반한 말ㆍ언어장애의 의사소통 문제를 돕는다.

 언어재활사의 자격에 충족하기 위해선 적어도 4년 이상의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학사학위를 수여받은 후 자격시험에 합격을 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임상을 하는 수많은 언어재활사의 경우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석사, 박사과정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되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이유로 보건복지부에서는 장애인 재활훈련의 전문성을 국가가 관리하고 유사자격의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국가고시로 전환됐다.

 문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시험 운영을 위탁받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이 시험위원회에 의사를 배제하고 시험위원회의 위원장과 출제위원 전원을 동일분야의 전문가로 위촉한다고 약속한 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출제위원 9인 가운데 5인을 의사 등 비전문가로 위촉했다는 점이다. 이에 반발한 언어재활 국가시험 응시자 2천481명 중 2천370명이 국가고시 응시를 취소하고 전면 거부에 나섰다.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의사는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 아닌가 싶다. 그들의 커리큘럼에는 일체 언어재활을 수학하지 않았기에 언어장애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물론 치료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전문성ㆍ타당성ㆍ대표성을 필요로 하는 국가고시에서 출제위원이 될 수 있는가? 당초 전문성을 관리하고자 했던 보건복지부의 목적에 부합한 처사인가? 엄연히 언어재활 전문교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시원은 왜 의사들에 의해 시험을 주도하도록 하는가? 국시원 원장이 의사라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는가? 경험과 지식이 없는 의사들의 ‘의료권력 내에 두기’라는 권위적 행위는 아닌가? 수많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시원은 의료집단의 집합체로서 의사들의 자리확보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목적대로, 국시원의 약속대로 자격의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언어재활사로 출제위원을 구성하고, 위원장 역시 언어재활학과 교수로 교체하여야 함이 마땅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국시원이 취해야 할 태도와 방법에 대해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한 가지 결과만이 정답이 될 수 있기에 이에 대해 구구절절 논하고 싶지도 않다.

 언어재활사와 의사는 앞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상호 협력적인 팀 접근을 통해 장애인의 삶의 질이 높아지도록 도와야 한다. 의학만으로는 장애인복지를 보장할 수 없으며, 장애로 고착되지 않도록 하거나 장애를 경감하는 데에는 의료적 서비스와 함께 재활과정에서 별도의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두려움이 앞섰다. 장애인의 삶에서 어떠한 복지도 충족해주지 못하면서 책임을 지려는 노력은 않은 채 의료권력 대상으로 두려는 태도에 그동안 많은 분노를 경험한 장애인들의 입장이 떠올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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