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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갈피> ‘과로 사회’‘미군 위안부…’
<새 책갈피> ‘과로 사회’‘미군 위안부…’
  • 경남매일
  • 승인 2013.06.1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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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 생존 위협하는 사회적 질병”
‘과로 사회’
김영선 지음 (이매진… 1만 원)

 “우리는 장시간 노동이라는 돼지우리에 갇혀 있다. 너무 오래 있다 보니 악취가 악취인 것도 모르고 있다.” 김영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학술연구교수가 쓴 ‘과로 사회’는 장시간 노동이라는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연평균 노동 시간이 2천90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둘째로 길고, 산재 사망률은 2위를 큰 차이로 앞서는 독보적 1위, 야밤에도 사무실에 남아 일하는 것도 모자라 주말까지 출근한다.

 일하는 남성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2.8시간으로 OECD 꼴찌, 5일 남짓의 여름휴가 밖에 못 쓰고, 텃밭을 가꿀 시간조차 없고 입만 열면 바쁘다는 하소연을 늘어놓고, 아이를 키우려고 친정 근처로 이사를 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 관한 기록이다.

 “장시간 노동이라는 예속을 해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쁜 게 좋은 거야'라는 자조 섞인 위안,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자'는 위기의식, '그래도 늦게까지 궁둥이를 붙이고 있어야 상사 눈밖에 안 나지'라는 통념, '젊을 때 일을 안 하면 나중에는 일할 수 없다. 야근은 축복이다'는 왜곡된 신념이 뒤섞이면서 '어쩔 수 없지'라는 푸념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넘어서야 하는가?”

 이 책은 인터뷰, 언론 보도, 통계 수치를 적절히 활용해 장시간 노동을 바람직한 문화로 여기는 비정상적인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발한다.

 책이 지적하듯 한국 사회에서는 장시간 노동이 성실함과 성공의 상징으로 미화되며 심지어는 ‘국민성’으로까지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장시간 노동이 생존권을 위협하는 ‘국민병’이라고 규정한다. 장시간 노동을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병에 관한 냉철한 인식이 바로 과로 사회를 해체하는 첫걸음이라고 저자는 우리에게 말한다. 208쪽.

▲ 미군 위안부…
미군 위안부 기지촌 여성의 생생한 기록
‘미군 위안부…’
김현선 지음 (한울아카데미… 2만 8천원)


 ‘미군 위안부 기지촌의 숨겨진 진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인 미군 기지촌 문제를 생생한 증언과 함께 기록한 책이다.

 자기 실명을 밝힌 기지촌 출신 여성이 책을 엮은 김현선 씨와 함께 처음 인신매매돼 간 곳인 ‘파주 용주골 기지촌’부터 마지막 기지촌인 ‘동두천 보산리 기지촌’까지 전국의 기지촌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자신이 겪은 기지촌 여성으로서 삶과 고통에 대한 기억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기지촌 출신 여성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사실 그녀에게 ‘그곳’을 방문하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다시 떠올리는 일이다.

 이 책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거나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의 ‘비언어적 표현’까지 모두 기록했다. 그래서 그녀의 인생과 고통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저 문산 장파리에는 미군들 훈련 가는 데…. 클럽에 나가면 미군들 훈련장에 쫓아가래. 그럼 산을 넘어서 (중략)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땅을 방바닥으로 삼고, 그러면서 미군을 받았다…. 구덩이를 이렇게 파구서, 거기에 들어가 팔으라 하면 팔고… 몸을… 한 놈 하고 나면은 고담에 또 딴 놈, 또 딴 놈….”

 그녀는 “기지촌 언니들의 삶을 알리고자 증언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기지촌에 대한 자료나 서적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지촌의 문제가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미군 감축이 단행됐던 1970년대 초 정부가 각 기지촌에 성병진료소를 설치하고 미군의 ‘위안시설’들을 재정비한 사업은 국가가 직접 나서 건강한 ‘양공주’ 기지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권인숙 명지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국가폭력의 실상을 알리고 미군 위안부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져 우리 사회가 진심으로 이들에게 사과하고 포옹하도록 이끄는 제물로 제대로 쓰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썼다.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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