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伏魔殿(복마전)
伏魔殿(복마전)
  • 송종복
  • 승인 2013.06.11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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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 같은 세상살이에 염증 느낄 수도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 수석부회장
伏: 엎드릴 - 복, 魔: 마귀 - 마, 殿: 전각 - 전

악마가 숨어 있는 전당으로, 나쁜 일이나 음모 등이 끊임없이 꾸며지고 있는 곳.

 북송(北宋) 인종(仁宗:1010~1063) 때 온 나라에 전염병이 돌자 인종은 신주(信州)의 용호산(龍虎山)에서 수도하고 있는 도사 장진인(張眞人)에게 전염병 퇴치를 위한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 홍신(洪信)을 그에게 보냈다. 용호산에 도착한 홍신은 마침 장진인이 외출하고 없기에 도관(道觀)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전각(殿閣)을 보았다. 문에는 커다란 자물통이 매달려 있었으며, 문짝의 틈새에는 10여 장의 봉함지가 붙어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홍신이 안내인에게 무슨 전각이냐고 물으니, 옛날에 노조천사(老祖天師)가 마왕(魔王)을 물리친 신전으로,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홍신은 더욱 호기심이 발동해 안내인을 거의 위협해 열게 했다. 문을 열어 보니 신전 한복판에 석비가 있었는데 그 뒷면에 ‘드디어 洪이 문을 열었구나’라는 글이 있었다. 홍신은 마왕이 석비에 있다고 생각해 어서 석비를 파내라고 했다. 한창 파내어 들어가자 갑자기 굉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다가 금빛으로 변하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이에 홍신과 안내인들은 넋이 빠졌다. 때마침 장진인이 돌아와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셨군요. 거기에는 36의 천강성, 72의 지살성 등 마왕(魔王) 108명을 가둬 둔 곳입니다.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그들은 머지않아 나라에 큰 소동을 일으킬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로부터 약 50년 후 철종(哲宗) 때에 장진인의 예견대로 108명이 사나이로 환생했다. 1121년에 마왕(魔王) 송강(宋江) 등이 운명의 실에 의해 양산박(梁山泊)으로 끌어들여 농민반란을 일으킨 사건으로 증명됐다.

 이처럼 복마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악의 소굴로,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지를 보통 복마전(伏魔殿)이라고 한다. 이는 떳떳하지 못한 짓을 저지르고 이를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숨기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어떤 복마전이 숨겨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경거망동하는 분들이 많으니, 이 복마전은 항시 직장 주변에 숨어 있다는 것을 인식해 처세를 잘하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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