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1:16 (토)
한 주를 밝히는 시
한 주를 밝히는 시
  • 최성아
  • 승인 2013.06.09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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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숭아 제철인데

 - 최성아(1961~) - 

  어머니 좋아하시는

  복숭아 제철입니다

  한 입 호물거리며 웃으시던 그때처럼

  잘 익은 몇 알 고르다 먼 하늘만 봅니다

  덜 마른 아픔들이

  손대면 번질 것 같아

  서둘러 자리 뜨는 빈손이 더 서러워

  수박만 한 덩이 안고 잰걸음을 놓습니다

<약력>
마산 출생
2004년 <시조월드> 신인상
(현) 부산사직초등학교 교사

 어머니는 우리의 영원한 고향입니다. 몸이 아플 때나 마음이 슬프거나 괴로울 때, 아무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을 때 어머니만이 오직 내 편입니다. 돌아가서 기대면 모든 응어리가 다 풀리고 녹아 없어지는 포근한 고향입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고 세월이 깊어가도 언제나 저쪽에 가만히 계시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존재가 어머니입니다.

 그런 어머니를 시인은 가슴 아프게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과일가게 앞을 지나가게 되자 이가 빠지고 주름이 깊어진 어머니가 잘 익은 복숭아를 호물거리며 잡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머니 좋아하시던 복숭아를 고르다 말고 갖다 드릴 수 없는 안타까움 때문에 먼 하늘만 봅니다.

 덜 마른 아픔들이 울음으로 터질 것 같아 시인은 서둘러 그 자리를 뜹니다.

 수박만 한 덩이 안고 잰걸음을 놓지만, 복숭아를 사다 드릴 어머니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아 돌아서는 마음이 더 서럽습니다.

 복숭아만 한 설움이 수박덩이만 하게 커져서 돌아오는 시인의 가슴을 헤아려보면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어머니에 대한 설움 아니겠습니까?

<천성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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