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2:30 (금)
경남은행의 주인은 도민이다
경남은행의 주인은 도민이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3.06.07 0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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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은행이 매물로 나오기에 앞서 물밑 인수전이 치열하다. 총자산이 32조 원에 이르는 경남은행을 잡아 영남지역 은행권의 맹주가 되기 위해 BS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가 머리를 맞댄 형국이다. BSㆍDGB 두 금융지주의 1분기 말 총자산은 각각 45조, 35조 원 규모로 비슷한 수준이다. BS금융지주가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DGB금융지주와의 총자산 격차를 두 배 이상 벌이게 되고 DGB금융지주가 인수하면 영남지역 1등 은행으로 뛰어오른다. 경남은행 매물이 매력 덩어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남 상공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는 지역 컨소시엄에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13년 동안 표류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로드맵을 이달 말 발표한다. 이래저래 경남은행이 향후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금융당국이 지난 5일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은 경남은행 인수전의 힘 빼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모이고 있다. 하필 미묘한 시기에 경남은행 인수에 의욕을 불태우는 이 회장의 퇴진 압력은 묘한 구석이 있다. BS금융지주가 인수전에서 뒤로 물러서면 대구에 있는 DGB금융지주가 유리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로 마음이 기우는 것은 인지상정일지 모른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 회장 퇴진 이후 낙하산 인사를 내려 앉히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금감원이 이 회장의 퇴진을 제시한 표면적인 근거는 장기 집권에 따른 내부 경영상의 문제다. 이 회장은 8년째 국내 최대 지방은행의 수장을 맡으면서 조직이 정체돼 많은 폐단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측근 경영체제도 문제 삼았다. 현재 BS금융지주와 부산은행 등 자회사 임원 54명 가운데 24명이 이 회장의 모교인 부산상고나 동아대 출신이다.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은 금융당국의 퇴진 요구에도 굴하지 않고 오랜 숙원이던 경남은행 인수를 마무리할 때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남은행 인수문제는 BS 금융그룹 발전에 중요한 사안이고 장래가 걸린 문제로 보고 있다. 이에 경남은행 노조는 이 회장의 발언에 발끈했다. 경남은행 인수를 노욕(老慾)이라 보고 경남은행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망언으로 인한 영업 방해를 서슴지 않고 대결적ㆍ대립적 지역 감정을 조장했다고 노조는 분노하고 있다. 특히 경남은행 노조는 언론을 통해 스스로 밝힌 ‘망언’에 대해 명예훼손과 망언으로 인한 영업방해죄 및 경남은행 인수에 대한 투자공시 위반과 망언을 일삼은 공지 위반 등을 묶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도민의 마음속에 좋은 지방은행으로 자리잡고 있는 경남은행이 세파에 심하게 흔들리는 꼴이다.

 경남도민은 경남은행이 다른 시ㆍ도로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고 당연히 도민의 품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서민이나 중소기업 대출에 문을 넓게 열어 놓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하다. 경남도민들 중에는 지역 내 견실한 지방은행이 버티고 있어야 자존심이 산다고도 한다. 경남의 경제 규모는 서울ㆍ경기에 이어 세 번째다. 이런 경제력을 자랑삼는 데 이를 받치는 지방은행이 다른 곳으로 간다는 건 앞뒤가 안 맞다. 지역자본이 역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도 지방은행이 큰 역할을 한다. 경남은행이 독자 생존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문제는 인수자금이다. 1조 8천억 원대의 돈이 필요하다고 들으면 기가 죽는다. 최고가 입찰 매각 추진도 변수다. 그렇다고 13년 만에 ‘경남도민의 은행’으로 되돌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이 난제들을 넘어서기 위해 도민들과 지역 상공인, 정치인들이 힘을 보태야 하는 이유다.

 경남은행은 지난 1970년 경남지역 상공인을 중심으로 설립돼 지역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공적자금을 투입받아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돼 오늘에 이르렀다. 경남은행은 2010년 7월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발표 후 고객들이 이탈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해 4월에는 4천400억 원대의 금융사고로 휘청댔다. 이런 난관을 이겨낸 힘은 경남은행 임직원의 자구 노력도 있었지만 도민의 애정에서 나왔다. 도민들은 경남은행에 미운 정 고운 정을 다 갖고 있다. 인수추진위는 경남도와 도의회, 시ㆍ군의회, 경남지역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상공계, 경남은행 노동조합 등과 경남은행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정부 발표 전까지 확정 지을 방침이다. 인수 컨소시엄이 용빼는 재주는 못 부려도 도민의 마음에 새겨져 있는 경남은행에 대한 애정과 합해지면 경남은행은 이름 대로 ‘경남의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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