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규 (1953~) -
너는 정녕 누구인가
내가 너를 모르겠다
너무나 사랑하다
남남이 된 연인처럼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본
네가 문득 낯설었다
감추어 둔 네 죄를
낱낱이 알고 있어
밉다가도 가엾어져
연민의 눈길로
반백 년 짙은 그늘을
물끄러미 보았다
<약력>
1983년 개천문학 신인상 수상
1990년 시조문학 신인상 수상
2006년 동시 부문 교원상 수상
(현) 진주 망경초등학교장. 진주시조시인협회장.
시조집 : 내 마음의 문을 열고
우리는 자신을 유심히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아니 유심히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다.
바쁘게 다니고 숨 가쁘게 일을 해도 살아가기 힘 드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거울 앞에서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때 냉정한 눈길로 자신을 만난다. ‘어느새 이렇게 늙었을까?’ ‘내 모습이 이렇게 달라졌을까?’
‘이 사람이 나란 말인가?’ 라는 겉모습에 대한 물음을 지나 자신의 안까지 문득 들여다보게 될 때가 있다.
시인은 자신을 바라보며 ‘너는 정녕 누구인가?’ 라는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물음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지만 모르겠다고 말한다. 낯설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낯선 것도 아니다.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미운 눈길로 때로는 연민의 눈길로 들여다보며 항상 돌아보고 반성하며 살고 있다.
반백 년을 살아온 눈길이 무겁고 깊다.
아무리 힘들고 바쁘게 살지만 이 시인처럼 우리도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자신을 무겁고 깊게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천성수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