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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만 챙기려는 공천제도인가
밥그릇만 챙기려는 공천제도인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3.06.02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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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딱 1년 남았다. 2014년 6월 4일 시행되는 지방선거의 쟁점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현행대로 유지될 것인지 또는 폐지될 것인지의 여부다. 지난해 12월 대선 때 여야 대선 주자가 정치쇄신 공약으로 약속했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 등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내년 지방선거 구도는 지각변동도 불가피하다.

 특히, 경남ㆍ부산 등 영남권은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강력한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기초의원, 기초단체장, 국회의원의 삼각 공생 관계가 붕괴하면서 상당히 복잡한 선거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정치적 ‘갑을 관계’가 무너지면서 공천이 아닌 지역 기반 강화가 지방선거 승리의 필요조건으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물 건너갔다’는 등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등 지방선거 입후보자에 대한 정당 공천 배제 공약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지난 연말 대통령 선거 때 여야 모두가 약속했지만 선거가 끝난 후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선이 끝난 지 5개월, 지방선거는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진도는 한 치도 나가지 못했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적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심지어 기초단체장까지 둘 다는 어렵고 기초의원만 무공천 제로 하자는 ‘꼼수’까지 나돌 정도니 말이다.

 정치일정을 따져보자. 선거 120일 전 예비 후보 등록이 시작되므로 내년 1월 말까지는 모든 정비가 마무리돼야 한다. 또한 정당 공천을 배제하면 원칙적으로 비례대표 의원이 있을 수 없다. 의원 정수에 변화 요인이 생긴다. 의원 정수를 그대로 한다면 지역구 선출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 아니면 비례대표제를 존속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 선거구 조정도 필요해 보인다.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대책 기구를 구성하고 머리를 맞대도 물리적으로 될까 말까 한 일이다. 이런데도 정치권에서는 누구도 걱정하는 기색이 없다. 왜냐면 정당공천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그들, 바로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이 공약은 돈이 드는 게 아니다. 경제민주화나 복지확대 등은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이 들어가야 하지만 정당공천 배제는 시행하면 된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1995년 선거에서는 원래 없었던 것을 2005년에 정치권이 슬그머니 집어넣은 것이다. 다시 원위치만 시키면 될 일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앞가림이나 하지 말고 잡고 있는 이권을 놓치기 싫다고 이야기하는 게 옳다. 멱살잡이가 더 익숙한 정치권이 어찌 된 일인지 이 사안에 대해서는 죽이 착착 맞는다. 여야를 불문하고 밥그릇 챙기기와 직결돼 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지난 선거 결과, 정당 공천한 사람들도 별수가 없다는 걸 잘 보여주지 않았는가? 민선 4기의 경우,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97명(42.2%)이 인사 청탁, 뇌물 수수, 인허가 개입 등 각종 비리와 위법 혐의로 기소됐고, 그 가운데 36명(15.2%)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여기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수사 대상에 오른 단체장까지 합하면 그 수는 절반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부끄러운 기록이다. 공천장사인 공천제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부정부패는 더할 것이고 지방은 정치만 무성할 뿐 자치는 실종될 것이다.

 이런 일들이 근절돼야 풀뿌리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다. 전국기초단체장들이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운동’을 통해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로 이익을 보는 집단은 국회의원들이라고 했다. 이는 공천장사란 것 아닌가. 또 공천권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한 하수인이나 진배없다는 것이 지방단체장 및 기초의원들의 푸념이다. 국회의원들의 이익을 위한 공천제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치개혁의 화두로 거론되는 것 아닌가. 또 선거는 물론, 지방행정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들이 쏟아진다. “정치만 있고 자치는 없다”는 지방행정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내년 선거 때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공천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국회의원, 그들의 밥그릇이나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미뤄서는 안 될 일이다. 또 정당공천 배제는 박 대통령의 정치 분야 대표 공약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믿는다.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 그걸 기대한다. 취임 후, 정당 공천 배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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