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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萬里(구만리)
九萬里(구만리)
  • 송종복
  • 승인 2013.05.28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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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민족 ‘구만리’지만 불함문화 잊지 말아야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 수석부회장
구: 아홉 - 구, 만: 일만 - 만, 리: 거리 - 리
하늘과 땅 사이의 거리가 ‘9만리’로 아득하게 먼 거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구만리(九萬里)는 아득히 높고 먼 하늘로 구공(九空)ㆍ구만리장공ㆍ구만장천ㆍ만리장천이라고도 한다. ‘구만리장천을 너도 날고 나도 난다’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등 ‘땅과 하늘 사이의 거리를 9만리’ 라고 종종 인용하고 있다. 이 말은 중국의 고대 신화에서 유래되는 것이다. 태초에 중원에는 달걀 같은 것이 출현해 그 모습이 위로는 푸르죽죽하고 아래로는 거머티티 하며 속에는 병아리처럼 혼돈의 반고(盤古)를 품어 낳은 것이다. 세월이 흘러 하루에 1자씩 1만 8천년을 자라니 위는 하늘이 되고, 아래는 땅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 거리가 마침내 하늘과 땅의 거리 즉 ‘9만리’나 멀어지게 됐다. 그리고 높아진 하늘과 낮아진 땅 사이에 거인(巨人) 반고의 키와 같았다.

 반고(盤古) 신화는 유비(劉備) 조조(曹操) 손권(孫權) 등이 패권을 겨뤘던 삼국시대(220∼280) 무렵 오(吳)의 서정(徐整)이 지은 ‘삼오역기’(三五歷記)와 ‘오운역년기’(五運歷年記)에 실려 있는데 이 책은 손실되고 송(宋)나라 때에 편찬된 백과전서인 ‘태평어람’(太平御覽)에 반고가 언급된다.

 반고가 생전에 울 때 그의 눈물은 강이 되고, 숨결은 바람이 되고, 목소리는 천둥, 눈빛은 번개가 됐다. 그가 기쁠 때는 하늘도 맑았고, 슬플 때는 흐려졌다. 지금도 중국의 난하이 제도 근처에는 3백리에 달하는 반고의 묘가 있다.

 이와 같이 조상을 신격화해 자기 민족을 뭉쳐 외세를 배격하자는 뜻에서 많이 이용된다. 중국에서는 반고 신화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삼국시대이며, 그것도 가장 힘이 약했던 오나라의 문헌에서 등장한다. 오나라에 복속돼 있는 소수민족의 신화를 오나라가 차용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유지하려 했다는 설이다. 우리도 단군 설(일제강점기에 日人 今西 龍의 ‘단군신화고(檀君神話考)’ 논문에서 ‘신화(神話)’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후 우리민족은 무심코 ‘신화’라 하고 있다.)을 많이 언급해 민족의 응집력을 호소한 때가 많았다. 즉 몽고와의 항전에서 단군의 후손임을 찾았으며, 일제강점기에도 나철 오혁 등이 단군의 후손을 들먹이며 응집을 강조한 바 있다. 앞으로 다문화 민족이라 하지만 그래도 근간과 골격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것은 중국민족의 ‘구만리’에 비견하는 우리의 불함문화(不咸文化)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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