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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증후군
비디오 증후군
  • 한상지
  • 승인 2013.05.24 0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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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지 라온언어심리치료센터 원장
 영유아기 아이들은 같은 책을 읽어달라고 요구하거나 매번 일부러 딸랑이를 떨어뜨리며 놀이를 한다. 이렇듯 모든 생활에서 일어나는 반복행동은 집중력이 생겨나고 호기심이 증대됐다는 아주 중요한 증거이자 발달 특성이 된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조기교육에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이와 같은 발달적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매체를 접해주고 매일매일 반복하는 것이 좋다고 해 현재 이러한 교육 비디오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어른이 봐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게다가 시각적인 자극을 더해 학습 과제를 이미지화 시켜 아이들의 머릿속에 더 쉽고 더 재미있게 지식을 쌓게 해줄 것 같기도 하고, 청각적인 자극이 많아서 언어발달에도 도움을 줄 것 같아 보인다. 또한 비디오를 보는 시간 만큼은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을 정도로 몰입을 하는 것을 보면서 집중력도 높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 이 비디오들이 우리 아이들을 망치고 있으며 ‘비디오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는 ‘비디오 증후군’이란 무엇일까?

 비디오 증후군이란 영아기의 아이들이 비디오를 비롯한 텔레비전 등의 시각적 매체에 장시간 노출돼 정상발달에 문제를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비디오 증후군을 보이는 아이들은 자폐스펙트럼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증상으로는 언어발달이 늦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고 눈맞춤이 안되고 과도하게 비디오에 집착을 하기도 하며 마치 자신이 비디오 속의 주인공인양 생각하고 그 주인공의 행동을 모방하는 등 현실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공격적이고 산만한 행동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비디오 증후군은 왜 생기는 것일까? 비디오 증후군은 영아기에 가장 필요한 사람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라는 자극의 결여로 인해 발생되는 것이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보편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며 발달해 나가는데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없다면 정상발달을 이루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상호작용은 아이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촉진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디오라는 매체는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자극만을 제시할 뿐 말을 시킨다거나 눈을 맞춰주지 않는다. 또한 비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빠른 전개 등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학습상황과 같이 집중력을 요하는 상황에서는 산만해질 수밖에 없고, 현실에서의 자극이 단순하고 재미없게 느끼게 돼 비디오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모방 심리가 강한 아이들로 하여금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기도 해 장시간에 비디오에 노출된 아이들에게서 사회적 행동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건을 떨어뜨리고 다시 주워준다든지 혹은 수십 번도 더 읽은 책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아이들의 행동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항상 주위에 맞대응해 주는 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V나 비디오의 위험성은 그 내용물들이 대부분 주위사람의 도움을 필요치 않는다는데 있다. 또한 아이들이 비디오를 볼 때 꼼짝도 하지 않고 열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어머니들로서는 한껏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는 교육을 시킬 수 있으며 어머니들에게는 자유시간을 준다는 점이 비디오 매체를 확산시키는 데 도움을 준 셈이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느라 비디오에 아이를 맡겨 버리는 젊은 부모들의 양육 방식이 원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이를 개선하고 비디오의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만일 내 자녀가 영상물 중독 현상을 보이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비디오 증후군의 경우 언어를 비롯해 정서나 사회성에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 아이가 성장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가정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놀이를 통한 즐거운 상호작용을 경험하도록 한다. 비디오 증후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결여이므로 아이들이 부모님과의 즐거운 놀이 경험을 통해 전반적인 발달을 다시 이뤄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만 2세 이전이 아이들의 경우, 비디오를 하루 30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스킨십을 하면서 보는 것이 좋다. 즉 비디오가 주는 교육적인 내용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사람과의 상호작용은 부모님이 채워주는 것이다. 만 2세 이상의 아이들의 경우 하루 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며 무엇보다 부모와 또래관계에서 즐거운 놀이의 경험으로 성장하는 것이 건강한 내 아이를 만드는 방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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