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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원수로 만드는 층간소음
이웃을 원수로 만드는 층간소음
  • 김은일
  • 승인 2013.05.20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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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일 변호사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층간소음을 둘러싼 이웃간의 갈등은 그 동안에도 종종 있어 왔으나 최근에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과 방화 등의 극단적인 사건이 심심찮게 사회면에 등장하고 있다.

 단독주택에서 살아갈 때는 이웃 간에 소음문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도시거주민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70%에 달하고 있다. 일본 40%, 영국 18%, 미국 3.9% 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체주택의 82.8%가 공동주택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민이 공동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데도 소음 등에 대한 법적, 제도적 대책은 거의 없다.

 최근 들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랴부랴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으나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층간소음 대책에 미온적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층간소음 문제를 주민들간에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사적 영역의 문제로 치부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껏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2005년 아파트바닥층 두께 기준을 18㎝에서 21㎝로 높이고 층간소음 기준도 낮 55㏈ 이상, 밤 45㏈에서 낮 40㏈ 이상, 밤 35㏈ 이상으로 각각 강화한 것 정도인데, 이것도 WHO 기준인 거실 35㏈, 침실 30㏈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 만약 이런 정도의 미온적인 층간소음 대책에 계속 머무른다면 이웃간의 불화와 참극은 계속 이어질지 모른다.

 층간소음에 대해 거액의 과태료를 물리는 등 엄벌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보다 강력한 제도적 보완을 해야한다. 미국은 소음을 일으키는 주민에겐 관리사무소를 통해 3차례 경고한 뒤 계속 어기면 강제 퇴거를 명령하고, 영국은 소음을 일으킨 사람에게 1차 경고를 하고 되풀이 되면 1천파운드(170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 독일에서는 이웃의 잠을 방해할 수 있는 집안일은 밤 8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금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층간소음 문제를 주민의 자율 영역으로 보지 않고 공공성을 해치는 행위로 보아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도 이러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가장 좋은 일은 다툼의 여지를 최대한 줄이도록 이웃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을 조금 더 갖추는 것일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소리를 전혀 내지 않고 살 수는 없는 일이므로 수인한도내의 소음이라면 이해하려고 하고,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는 소음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무리 조심하고 이해한다고 해도 서로의 상황을 정확히 알수는 없으므로 서로의 입장을 알릴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반상회라는 조직이 있지 않은가. 반상회라는 공식 조직을 통해 이웃들에게 자신들의 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해서 양해를 구하거나 요청을 하는 자리를 만든다면 아마도 많은 층간소음 분쟁을 대화로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층간소음 문제는 우리사회의 작지 않은 현안이 되어 버렸다. 정부는 층간소음 자체를 물리적으로 줄이기 위한 건축규제를 강화하고, 이에 더해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소음유발자에 대한 강화된 처벌 규정을 하루 속히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입주민협의체 등은 이웃들 간에 문제를 공유하고 협의를 시도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의 존재가 문제해결의 첩경임을 인식하고 이를 만들고 활성화시키는 일에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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