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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갈피> ‘우리 얼마나 함께’‘오늘은 5월 18일 ’
<새 책갈피> ‘우리 얼마나 함께’‘오늘은 5월 18일 ’
  • 연합뉴스
  • 승인 2013.05.1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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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라, 마산 바닷가 은백색 꽁치떼

‘우리 얼마나 함께’
마종기 지음
(달… 1만 3천800원)

▲ ‘우리 얼마나 함께’
 마종기(74) 시인은 멸치와 톳나물을 먹지 않는다. 밥과 톳나물국과 간장에 찍어 먹는 생멸치를 아침 저녁으로 먹고 점심은 거의 먹어본 적이 없는 사춘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이 기억은 경상남도 마산에 눌어붙어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2학년까지, 사춘기 중학생에겐 길기만 하고 이제 70세를 넘긴 시인에겐 짧다면 짧을 이태 정도를 시인은 마산에서 지냈다.

 시인이 마산을 다시 찾아가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다. 신산한 기억이 가득해 ‘마산’이라는 말만으로도 가슴이 메는데도 마산에 다시 가볼 생각에 시인은 가슴이 뛴다. 마산의 조용한 해안가에서 은백색 꽁치떼가 다가와 배고픔을 잊도록 놀아주던 풍경과 기억이 시를 쓰게 하는 힘이었기 때문이다.

 시인의 새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는 마산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한다. 산문은 이탈리아에 다녀오던 길에 대서양 상공 한복판에서 불시착할지도 모르는 비상사태를 맞았던 일로 이어진다. 갑작스레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을 때 아이를 셋이나 둔 젊은 부부를 먼저 탈출하게 해주려 했던 일은 이후 “세상살이가 그저 막막하게 부끄러울 때 나도 한두 번은 사람다웠던 적이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으로 남는다.

 시인은 미국에 살던 박재삼 시인 딸의 부탁으로 보따리를 들고 귀국려다 공항 세관에 걸렸던 일도 고백한다. 내용물이 뭔지 모른다는 시인의 말에 세관원이 거칠게 보따리를 풀자 크고 작은 초콜릿이 바닥에 쏟아진다.

 의대생 시절부터 정년을 맞은 63세까지 시를 쓰는 의사로 살아온 시인은 해마다 여덟 편씩 시를 발표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시인은 “이렇게 이상하고 복잡한 내 삶은 생의 끝까지 틀림없이 이어질 것이고 그 어느 누구 앞에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주눅들지 않은 채로 이 기구한 생을 사랑하며 살아가기라고 약속할 수 있다”고 썼다. 284쪽.

그림책으로 보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아픔

‘오늘은 5월 18일 ’
서진선 지음
(보림… 1만 800원)

▲ ‘오늘은 5월 18일 ’
 “나는 총이 갖고 싶다. 엄마 아빠한테 총을 사달라고 했지만 안된다고 했다. (중략) 누나가 총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누나가 참 좋다.”(5월 18일 일요일)

 “선생님이 수업도 끝나지 않았는데 곧장 집으로 가라고 했다. (중략) 군인 아저씨들이 우리 동네에 왔다. 나는 진짜 총을 봤다.” (5월 19일 월요일)

 “아침이 되자 총소리가 멈추었다. 일어나 보니 누나가 없었다. 큰 소리로 누나를 불렀지만 어디에도 누나는 없었다.” (5월 21일 수요일)

 총을 좋아하는 동생에게 누나는 멋진 나무총을 만들어준다.

 친구들과 신나게 총놀이를 하던 아이는 진짜 총을 든 군인 아저씨들을 본다.

 아빠는 위험하니까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누나는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밖으로 나간다.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누나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빠와 함께 누나를 찾으러 나간 아이는 줄지어 놓여 있는 관을 보고 놀란다.

 “진짜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누나를 찾으러 간 시내는 이미 울음의 한복판. 총놀이는 더는 재미가 없다.

 ‘오늘은 5월 18일’은 한 아이의 눈을 통해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바라본 그림책이다.

 작가는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누나를 잃은 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역사의 아픔을 그려냈다. 돌아오지 않는 누나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당시 한 가족이 겪었던, 어쩌면 우리가 모두 겪을 수도 있었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국가폭력이 얼마큼 거대하며, 우리를 아프게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작가의 작은 개인적 이야기를 시작으로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저 멀리 있던 5ㆍ18민주화운동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다.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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