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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삶이란 포장될 수밖에 없어"
"여배우의 삶이란 포장될 수밖에 없어"
  • 연합뉴스
  • 승인 2013.05.1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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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N `우아한 녀`서 주인공 조아라역 맡은 오현경
▲ 탤런트 오현경
`우아한 녀` 출연 고마운 기회 막장드라마 결국 인생 공부

"사람은 다 가면 쓰고 살아 드라마가 그런 삶 대신 보여줘"

 톱 여배우는 과장과 꾸밈없이 썼다는 자신의 에세이를 술술 읽어 내려간다.

 `다시 태어나도 (남편) 공정한`이라는 장(章)을 읽어달라는 독자의 요청에 `움찔` 침을 꿀꺽 삼킨다. 이 작은 `파동`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화려한 막장의 대서사로 번진다.

 10년 동안 자신과의 잠자리를 손사래 치던 남편은 황당하게도 아들의 `남자` 과외선생과 눈이 맞았다. 물론 미국 명문대에 다니는 것으로 돼 있는 아들은 4년째 고등학교 2학년이다.

 바로 tvN 목요 드라마 `우와한 녀`의 주인공 조아라 이야기다.

 극 중 조아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한 삶으로 포장돼 있지만, 여배우라는 가면을 벗기고 난 이면에는 상처입은 속살이 가득하다.

 최근 경기도 파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그를 연기하는 탤런트 오현경(사진ㆍ43)을 만났다.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잘 포장하느냐`에요. 드라마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포장할 수밖에 없죠. 전부 다 보여주면 처음엔 기뻐하다가도 단점이 나타나면 관대하지 못하죠."

 그는 "여배우의 삶은 어쩔 수 없다"며 "전부 보여준다 해도, 사람들은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적정선이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고 보면 비록 과장이 있기는 하지만, 극 중 조아라와 오현경의 삶에도 접점이 있다.

 조아라가 아들 공민규(진영 분)에게 부모의 정체를 드러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부분은 오현경이 지난달 한 케이블TV 토크쇼에서 `딸이 밖에서 내 사생활에 대해 묘사를 많이 하더라`고 토로한 장면이 오버랩돼 웃음을 자아낸다.

 드라마 판 `SNL 코리아`를 표방한 `우와한 녀`에서는 조아라뿐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의 이중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배우ㆍ장성급 군인ㆍ아나운서 등 우리나라에서 나름 영향력 있는 이들의 적나라한 이면이 시청자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하는 것. `우와한 녀`가 `막장`의 끝을 달리면서도 마냥 코미디로만 쏠리지 않는 이유다.

 "`우와한 녀`는 프리미엄 막장 드라마에요.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이기에, 그냥 `막장`이 아니라 `프리미엄 막장`이죠."

 오현경은 이 드라마의 주제에 대해 "겉으로 좋아 보이고, 모든 것을 누리는 것 같아도 그만큼 아픔이 따른다는 것"이라며 "항상 두 가지 가운데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막장 드라마의 끝이 결국 인생 공부라는 설명인데, 그럴싸하게 들린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가면을 쓰고 살잖아요. 드라마가 그걸 보여주니까 시청자들이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해서 재미있어하시는 것 같아요."

 오현경은 지난 1988년 KBS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출연한 사극인 SBS `대풍수`에서는 고려 최고의 무당 수련개를 연기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파격적인 드라마 `우와한 녀`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연이은 모험이다.

 "사극은 처음이었지만 사람들에게 저의 새로운 면을 보여줄 기회였죠. 제 목소리가 사극에 맞는 것 같아요. 전에는 제가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한복이 어울릴지 누가 알았겠어요?"

 그는 `우와한 녀`에 대해서도 "이 나이에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말 고마운 기회다. 올해 무언가 잘 풀릴 것 같다"고 말하고서 활짝 웃었다.

 올해 나이 마흔셋, `엄마`나 `고모`가 아닌 `여자`로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역할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제작진이 공들여 `예쁜 그림`을 담아내 주기에 무척이나 만족스럽단다.

 오현경은 "`우와한 녀`는 내 대표작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며 "20대부터 찍은 것 가운데 화장품 광고를 제외하고는 이게 가장 예쁘게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오현경도 저렇게 연기할 수 있느냐`고 생각할 거에요. 더는 바랄 게 없죠. 그런데 오버 연기는 위험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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