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0:10 (목)
조선 8도 인심론 보아 ‘경라도’가 어떨까
조선 8도 인심론 보아 ‘경라도’가 어떨까
  • 송종복
  • 승인 2013.05.13 2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수석부회장
 #1. 선조 임란 때 명나라에서 귀화한 나학천(羅鶴天)은 조선팔도의 형상을 인체와 동물에 비유해 인물평을 했다. 경기도는 선용후유(先勇後柔)로 앞에는 억세고 뒤로는 부드럽다. 인체로는 가슴이고 동물로는 범이다. 충청도는 부경용호(浮輕勇豪)로 행동이 경솔하지만 용맹스럽다. 인체로는 배(腹)이고 동물에는 까치다. 전라도는 사교경예(詐巧輕藝)로 속임이 많고 교활하고 가벼우나 예술성이 있다. 인체로는 발(足)이고, 동물에는 원숭이다. 경상도는 우순질신(愚順質信)으로 어리석고 순하며 질박하지만 참된 기질이 있다. 인체로는 다리(脚)이고, 동물로 돼지우리다.

 강원도는 칩복지단(蟄伏知短)으로 자기 거처에 가만히 있고 아는 것이 부족하다. 인체로는 갈빗대(脇)고 동물로는 꿩이다. 황해도는 우준무실(愚蠢無實)로 느리고 어리석어 옹골차지 않다. 인체로는 손(手)이고 동물로는 소(牛)다. 평안도는 견강용예(堅剛勇銳)로 의지가 강하고 용감하며 날쌔다. 인체로는 얼굴(面)이고, 동물로는 매다. 함경도는 우직지협(愚直知夾)으로 우직하지만 지혜를 가졌다. 인체로는 머리(頭)이고 동물에 비유하면 장어다.

 #2. 정조 때 윤행임이 8도의 인물을 평하는 사자단구(四字單句)가 오늘에 전해오고 있다. 즉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으로 교제술이 능란해 누구에게나 마음을 주는 듯 하면서 속으로는 거울에 비치는 미인처럼 바라볼 수만 있지 접촉할 순 없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로 부드럽고 고매(高邁)해 풍류를 즐기는 고상한 면이 있다.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로 멋을 알고 풍류를 즐기며 시대에 민감하게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경상도는 태산고악(泰山高嶽)으로 선이 굵고 웅장하고 험악한 기개가 있으며 자존심과 고집이 세어 주위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강원도는 암하노불(巖下老佛)로 어질고 인자해 누가 알아주든지 말든지 자기 할 일을 해 나간다.

 황해도는 석전경우(石田耕牛)로 묵묵하고 억세어 고난을 이겨내는 근면성이 있다. 평안도는 맹호출림(猛虎出林)으로 성품이 매섭고 사나워 용맹하고 과단성이 있는 기질을 표현했다.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농토가 척박해 토지가 넉넉지 않거니와 먹고 살길이 막막해 이들은 조그만 이익에도 달려들어 맹렬하고 악착스럽고 강인한 의지와 인내력이 있다.

 이상의 8도 인심론을 종합해 보면 함경도는 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세종대왕이 경상도인 30만 가구를 함경도로 이민시켜 살게 했으니 이로 인해 지금도 함경도와 경상도는 풍습과 발음도 비슷하다하며 상호 느낌이 좋은 줄로 안다. 반면 가까운 전라도와는 이웃사촌인데도 잘 지내지 않고 있는 편이다. 한편 전라도를 호평한 것을 보면 태조 이성계는 마이산에서 금척을 받고 장수에서 봉황이 개국을 알렸다해 전주ㆍ개성ㆍ한양을 3경으로 승격시켰고, 또한 왕자 방석의 태자비를 전주출신 심효생의 여식으로 삼았다. 세종대왕은 장수황씨 황희를 18년간 영의정으로 제수했고, 전라감영의 객사에 왕조가 탄생한 고장이라 해 풍패지향(豊沛之鄕)이란 현판을 걸었다.

 정조는 조선 8도에서 가장 어질고 충성스런 고장이란 뜻의 최명현절의지향(最名賢節義之鄕)이라 했고, 다산 정약용은 호남인들은 참으로 어진 사람이며, 고산자 김정호는 조선 8도에서 가장 축복받은 땅이라 했다. 이에 질투한 것이지는 몰라도 경상도 기질은 태산고악으로 너무 자존심이 강하데 주위와 잘 어울리지 않으려 하는 반면에,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로 멋을 알고 풍류를 즐기며 시대에 민감하게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남도인의 풍류와 자존심을 ‘믹스’하기 위해 우선 경상도와 전라도의 도명을 ‘경라도(慶羅道)로 변경함이 어떨까 하며, 또한 같은 행정단위의 도민이 되면 친숙함이 더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