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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슬픈 회상 <136>
제9화 슬픈 회상 <136>
  • 서휘산
  • 승인 2013.05.13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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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슬픈 회상 (12)
영봉이 길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백지한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구름이 걷혀진 하늘만큼이나 맑았다.

 백지한이 머리를 크게 끄덕이며 영봉을 건너다보았다. 영봉의 정치를 보는 안목과, 자신이 이끌어 가는 종교보다는 국가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그 애국심에 새삼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백지한이 일어섰다.

 "가야겠네."

 "어디로?"

 "우선 수련일 만나봐야겠어."

 "그것도 반가운 소릴세."

 웃음을 입에 물고 영봉이 따라 일어섰다.

 "그 아이 호출기 있던가?"

 "있지."

 "그럼 호출해서 다섯 시에 대학 정문으로 가겠다고 전해주겠나?"

 "오늘?"

 백지한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네."

 "그럼 가네."

 "말리지 않겠네."

 만족스런 웃음을 지은 영봉이 길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백지한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구름이 걷혀진 하늘만큼이나 맑았다.

 "그럼 언제 다시 오려나?"

 "내가 언제 기약이 있던가?"

 되묻는 백지한의 미소 진 그 얼굴도 즐거웠다.

 "알겠네. 몸조심하게."

 "그렇게 합세."

 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등을 돌렸다.

 # 수련이 이방언을 따라간 곳은 어제 전봉준을 만났던 바로 그 도투마리였다. 넓은 홀의 한쪽에 앉아 사발을 들이키고 있던 전봉준이 눈과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일어섰다. 돌아서는 이방언과 수련을 본 것이다. 얼굴을 잔뜩 굳힌 전봉준이 이방언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너 어떻게 된거여?"

 그러나 이방언은 싱겁게 실실 웃었다.

 "제가 가서 모셔왔습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짜식이."

 전봉준은 여전히 두 눈을 아래위로 움직이며 부라렸으나 사실은 퍽이나 감사하는 얼굴이다.

 "자아 그럼 전 갈텡께 두 분 재미있게 보내부리시오 이."

 이방언은 두 사람의 가운데 께에 허리를 숙이고 돌아섰다. 그 뒷 모습을 잠시 보던 수련이 얼굴을 돌려 전봉준을 바라보았다.

 "대낮부터 혼자 웬 술을……."

 볼우물을 만들며 맑게 흘기는 두 눈에 전봉준은 그만 가슴이 녹아 내리는 것 같아, 엉거주춤 자리에 앉으며 수련을 올려다보았다. 어째서 이런 후배가 이제야 눈에 띄었을까. 아쉽고도 그리운 눈빛이다. 이윽고 전봉준이 오른손을 벌렸다.

 "앉지 그래."

 수련이 앉았고, 그녀의 꽃 같은 얼굴과 마주친 전봉준의 가슴이 걷잡을 수 없이 벌렁거렸다.

 "얼굴이 까칠한 것 같아예."

 전봉준은 깊은숨을 내쉬며 거짓말을 했다.

 "지옥훈련을 하느라……."

 "곧 시합이 있는 모양이지예?"

 "음. 다음달 둘째 주야."

 "무슨……?"

 "아마. 프로 통합 장사전."

 "작년에도 우승했는데 무슨 걱정이예요?"

 "지키기가 따기보다 더 어려워."

 "왜요?"

 수련은 의아한 표정이다.

 "모든 기술과 정보가 샅샅이 노출되니까."

 "그러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죠."

 그 말에 전봉준이 희한해했다.

 "난 여태 천사 같은 미인들은 씨름 같은 거 하나도 관심 없는 주 알았는디……."

 수련도 아름다운 그 얼굴에 즐거운 웃음을 피워 올렸다.

 "난 천하장사들은 여자들을 돌처럼 보는 줄 알았는데예?"

 "그런가? 하하핫……."

 호탕하게 웃어 제치는 전봉준 앞에서 수련이 말꼬리를 돌렸다.

 "근데 이 집하고는 뭔 인연이 있는 모양이지예?"

 "왜?"

 "만날 때마다……."

 "아."

 말을 끊은 전봉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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