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9:48 (금)
귀족 출현이 서글픈 이유
귀족 출현이 서글픈 이유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3.05.09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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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국장 직대
 우리 시대에 귀족 출현을 다시 보게 돼 서글프다. 웬만하면 유럽 국가에서는 아직도 귀족은 대물림을 받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는 구한말까지 양반과 상놈이 핏줄을 타고 내려왔지만 역사의 굴곡에 피가 섞여 버렸다. 불행 중 다행이다. ‘왕후장상이 씨가 있나’라고 물으면 우리나라에는 없다. 하지만 요즘 도처에서 귀족이 태어나고 있다. 가라앉았던 귀족의 냄새가 기업체 노조와 공공의료 노조에서 진동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을 굴복시키고 밤샘작업을 없앴다. 밤샘작업을 대신해 주말 특근을 내놓았는데 노노 갈등으로 9주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는 엔저 바람을 타고 국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데 노조는 사측을 항복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고 있다.

 현대차의 생산차질 규모는 6만 3천대(1조 3천억 원)로 늘어나고 있다. 일을 안 하니 이익률이 떨어지는 건 뻔하다. 이들은 회사가 힘들었을 때 세제혜택을 받아 질주했다는 걸 잊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노동자는 일을 해야 한다. 저희들끼리 싸움박질하면서 일을 안 하는 노조들의 행태는 너무 귀족적이다. 이런 귀족 행세하다 회사 전체가 역풍을 받을 수 있다.

 기아차는 한술 더 뜨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가 신입사원 채용시 노조원 자녀에게 1ㆍ2차 모두 가산점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일자리 세습’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직원 연평균 임금이 8천여만 원에 이른다. 이런 귀족 대접을 받으면서 자식들이 후한 가산점을 받아 그 자리를 대물림하고 싶어한다. 이는 청년실업을 겪고 있는 젊은이로부터 엄청난 반발이 돌아올 건 뻔하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난해 2천8백억 원을 들여 생산라인을 새로 만들었다. 62만 대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들여 만든 생산 라인이 아직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인원을 몇 명 새로 뽑아 투입할지를 놓고 노조와 회사 측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것도 부족해 자식까지 자리를 물러주고 싶어하면서, 증설한 생산라인은 돌아가지 않고 있다. 퇴폐적인 귀족의 몸가짐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사태에서 귀족 노조는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경남도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곧이곧대로 믿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구인모 진주의료원 TF팀장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적자구조를 하고 있다. 2010년 한 직원은 병원비가 1천470만 원이 나왔는데 이 중 213만 원만 지급하고 1천257만 원을 감면받았다. 이러한 사례를 모으면 2010~2012까지 병원비 감면액만 5억 800만 원에 이른다. 이 말이 옳다면 노조원은 큰 혜택을 보면서 의료원은 적자에 허덕이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았다는 말이다. 무조건 큰 적자를 본다고 공공의료원을 폐업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노조들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는 것이다. 그들이 신흥 귀족처럼 비쳐진 게 문제다.

 기업 노조들이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만 혈안이 되고 ‘공공’이란 이름 아래서 의료원 노조들은 이런저런 혜택을 자신들의 호주머니에만 채운다면 이는 명백한 귀족의 걸음걸이다. 자신들은 공기 들이마쉬 듯, 특권을 아무 거리낌 없이 누리지만 바깥에서 바라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역겨워한다. 귀족 노조들이 행여 노사 간의 투쟁의 결과물이라 여기고 전리품을 나누는 것처럼 혜택을 누리다간 반드시 역풍이 분다. 이제 노조 앞에 붙는 귀족이란 말을 걷어치울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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