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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앨범 `산전수전공중전` 얘기 공감할걸요"
"첫 앨범 `산전수전공중전` 얘기 공감할걸요"
  • 연합뉴스
  • 승인 2013.05.0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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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이후 최고의 컬쳐 쇼크` 인디밴드 장미여관
▲ 1집 `산전수전공중전` 앨범 발표한 장미여관. 연합뉴스
2011년 결성 실력 인정 받아
"장르 다르지만 정서 일관성
최대한 세련되게 만들었다"

 지난해 KBS 2TV `톱밴드 2`에 처음 보는 요상한 인디 밴드가 등장했다. 흰색 수트에 붉은 장미를 단 멤버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작곡 `봉숙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무대를 본 신대철, 유영석, 김경호 등의 심사위원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프랑스 샹송을 연상시키는 부산 사투리 가사에 보사노바 리듬을 조화시킨 재기발랄함에 혀를 내둘렀다.

 방송 직후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장미여관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2위까지 치고 올랐다. 트위터에는 `서태지 이후 최고의 컬처 쇼크` `19금 에로틱 사투리 보사노바` `더티 섹시` `유쾌 상쾌 불쾌` 등의 시청평이 이어졌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정치보다 예술이 위로를 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이던가`란 글과 함께 이들의 무대 영상을 링크했다. 조 교수는 "의도적 `키치`스러움 뒤에 깔린 실력, 유머, 위트가 좋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 8강까지 오르며 화제를 뿌린 장미여관이 1집 `산전수전공중전`을 발표했다.

 윤장현은 "마흔이 돼서 첫 정규 앨범이 나왔다. 앞으로 20년 더 하면 환갑"이라고, 강준우는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고 첫 정규 앨범을 갖게 됐다.

 장미여관이 결성된 건 불과 2년여 남짓이다. 2011년 `봉숙이`와 `너 그러다 장가 못간다`가 수록된 앨범이 데뷔작이다. 그러나 대략 15년씩 음악을 해온 내공이 있다.

 부산 출신인 육중완과 강준우는 통기타를 치면서 라이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둘이 듀엣을 만들었지만 외모 탓인지, 진지했던 탓인지 별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수를 내보기로 하고 둘은 2009년, 2010년 잇달아 상경해 홍대에 입성했다. 마산 출신인 임경섭은 부산예술대 실용음악과에서 드럼을 전공했고, 배상재는 슈퍼키드 등 여러 가수의 세션으로 활동하며 인디밴드로 앨범도 냈다. 목포 출신인 윤장현은 여러 인디밴드를 거치며 베이스를 쳤다.

 장미여관이란 팀명은 지인이 붙여줬다. 이들은 `봉숙이`로 `톱밴드 2`에 신청했고 동영상 심사에서 650여 팀 중 100팀을 뽑는데 합격했다.

 윤장현과 강준우는 "100팀에 뽑히면서 `우리도 될 수 있겠다`는 용기가 났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강준우와 육중완이 작사, 작곡하고 멤버들이 함께 편곡했다.

 수록곡들은 복고 감성으로 촌스러운 듯 구수하다. 1970~80년대의 빈티지한 사운드를 재현한 타이틀곡 `오래된 연인`, 클래식 기타 한대로 연주한 포크 `아저씨`, 블루스곡 `서울살이` 등 장르는 다르지만 정서의 일관성이 있다.

 그러나 강준우는 "일부러 옛날스럽게 만든 게 아니라 최대한 세련되게 만들었다"며 "사운드와 멜로디가 세련되지 않나. 그런데 밖에서는 촌스럽다고, 복고라고 한다"고 웃었다.

 "전자 악기와 여러 이펙터를 쓸 수 있지만 우리에게 안 맞는 옷을 입는 느낌이었죠. 우리가 낼 수 있는 소리만 내서 그 세대의 느낌이 나나봐요."(육중완)

 압권은 자신들의 경험을 포장하지 않고 담은 솔직한 노랫말이다.

 앨범 전곡을 듣다 보면 마치 화자 한 명의 이야기를 풀어낸 듯하다. 1960~70년대 흑백 영화 속 주인공들 옆에 곧잘 등장하는 찌질하지만 순박한 청년이 떠오른다. 마치 이 청년의 경험을 옮긴듯한 이성 관계의 에피소드, 노총각의 고백, 타향살이의 설움 등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한 번쯤 느꼈을 법해 공감이 간다.

 육중완은 "앨범이 묻히지 않고 음원차트에서 조용필과 싸이, 로이킴 사이에 끼어있었으면 좋겠다"며 "`봉숙이` 말고는 주목받은 노래가 없다. 우리 다섯 명이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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