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7:27 (금)
제9화 슬픈 회상 <132>
제9화 슬픈 회상 <132>
  • 서휘산
  • 승인 2013.05.07 2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9화 슬픈 회상 (8)
“성님이 아무리 그래도 쪼갑지는 입안으로 들어와야 맛이 나는 법이고, 방에 꽂아둔 꽃이 향은 더 나는 벱이요.”

 “야 이 호로자식아!”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채 이빨을 문 전봉준이 눈을 아래위로 움직였다.

 “왜 이런다요?”

 놀란 이방언이 의자를 한 발짝 뒤로 빼 엉덩이를 걸쳤다.

 “뭘 꺾고 뭘 까먹어?”

 그러나 이방언은 곧 능글스런 얼굴을 회복했다. 전봉준의 사람 좋은 천성을 알기 때문이다.

 “꽃은 꺾어야 시들고 쪼갑지는 까먹어야 내 꺼이 될거 아니요.”

 “이런 수악헌 새끼가 점점…….”

 전봉준이 다시 사납게 눈을 치떴으므로 이방언이 움찔했다.

 “수련씬 꺾고 까먹을 그런 여자가 아니란 말이다.”

 “그래도…….”

 대드는 이방언을 전봉준이 가로막았다.

 “천사란 말이다”

 그러나 대쪽파인 이방언도 하고싶은 말을 기어이 했다.

 “성님이 아무리 그래도 쪼갑지는 입안으로 들어와야 맛이 나는 법이고, 방에 꽂아둔 꽃이 향은 더 나는 벱이요.”

 “연애박사란 새끼가 고작 헌다는 말이…….”

 “천사들도 똥싸고 오줌싸고 다 헌단 말이요.”

 “너도 봤잖아 시꺄!”

 “무얼?”

 “수련 씨가 얼마나 깨끗한지…….”

 “그럼 성님이 알아서 하슈. 나는 모르겄응께.”

 가슴을 탁 치며 일어서는 이방언의 바지춤을 전봉준이 낚아챘다. 그리고 불쑥 소리를 내질렀다.

 “앉아, 새꺄!”

 # 다시 무궁사 주지실이다. 날카로운 영봉의 물음에 백지한은 슬픈 눈매를 하고 대답했다.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일세.”

 “……?”

 “그 아이와 내 감정이 언제까지나 일치할 수는 없단 얘길세.”

 “누가 일치시키라 했던가? 자비를 베풀라는 얘기지.”

 백지한의 입가에 쓴웃음이 가볍게 스쳐지나갔다.

 “고통스런 자비는 의미가 없네.”

 “그건 고통이 아니야!”

 “고통이 아님?”

 “희생이지.”

 백지한은 다시 짧게 물었다.

 “희생?”

 “그래. 자네의 희생으로 수련화의 고통이 끊기고, 자네의 인내로 사랑이 유지되며, 두 사람의 행복이 성장하는 걸세.”

 마침내 백지한이 두 손바닥을 펼쳐들었다.

 “알았네, 알았어. 그러니 그만 하게나. 내 그 아이를 만나봄세.”

 “언제쯤?”

 “곧 만날 수 있지 않겠나?”

 “내일 당장 만나게.”

 마치 명령하듯 하는 영봉의 단호한 말에 백지한은 실소하며 조용히 응답했다.

 “알았네. 거 사람 참……”

 어쩔 수 없이 항복한 백지한을 향해 영봉이 짬을 두지 않고 말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자네, 복술 해야할 것 아닌가?”

 “복수라니?”

 백지한이 숨가쁘게 되물었다.

 “그럼 나팔호 그 놈을 그냥 두겠다는 건가?”

 “용서한지 오래네.”

 “용서라니? 이 사람아!”

 영봉의 눈이 백지한의 안면에 화살처럼 꽂혔다.

 “자네 지금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그런 자를 용서하게?”

 “난 이제 그 자를 용서하는 것만이 최선의 복수라고 생각하네.”

 “이 사람, 7년 징역살이 헛고생했구만.”

 그 말에 백지한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러나 영봉은 개의치 않고 연이어 힐난했다.

 “고상한 체 하지 말고 제대로 복수를 하게.”

 마침내 참지 못한 백지한이 발끈했다.

 “정말, 이 순 땡초 아닌가!”

 “땡초라니?”

 영봉의 눈에도 불이 붙었다.

 “땡초가 아니면?”

 “자넨 비겁쟁이야. 이 친구야!”

 “뭐라고?”

 “남주보살이 불쌍하지도 않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