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7:39 (금)
"택시 탔는데 운전사가 날 알아보죠"
"택시 탔는데 운전사가 날 알아보죠"
  • 연합뉴스
  • 승인 2013.05.0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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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외국인 개그맨` 샘 해밍턴
한국서 방송 시작 10여 년 `진짜사나이` 로 인기몰이

"촬영예상과 달리 힘들어 상상해온 군대와 많이 달라"

 "인기요? 전혀 상상도 못했죠. 매 순간 놀라고 있어요. 시청자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일 때마다 너무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입니다."

 최근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파란 눈의 외국인이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군복 차림의 그가 탄피를 잃어버려 당황하거나 `군대리아` 맛에 감탄하는 모습이 전파를 탈 때마다 시청자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한국에서 방송활동을 시작한 지 10여 년 만에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의 이야기다. MBC 병영 체험 리얼 버라이어티 `진짜사나이`에 출연 중인 그를 최근 서울 이태원 근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어제도 택시를 탔는데 운전하는 분이 바로 나를 알아봤어요.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군대 얘기를 나눴죠. 1980년대 군대에 갔고, 월급이 얼마였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진짜사나이` 촬영은 예상과 달리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를 비롯한 출연진은 3월 말 진행된 촬영에서 육군의 협조를 받아 5박6일간 훈련소 입소부터 자대 배치까지 실제 병사들과 함께 생활했다.

 "딱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람보`같은 영화를 보며 상상해온 군대와 달랐어요. 영화에는 훈련 부분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상상 못했던 부분이 많았어요."

 그는 처음 촬영에 들어갔을 무렵을 이렇게 돌아봤다.

 "처음에는 몸보다도 군대 용어가 너무 힘들었어요. 한국어를 오래 배웠지만 군대 용어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빨리 행동해야 하는데, 명령 자체가 정확히 이해되지 않았어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마디로 `멘붕` 상태가 됐죠."

 하지만 많은 대한민국 남성들이 `군대 다녀와야 진짜 남자가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가 훈련을 통해 배운 것도 많다고.

 "우선 참을성이나 이해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또 오래 방송을 같이해도 친해지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다른 출연자들과 일주일간 같이 밥먹고 자고 씻다 보니 금세 가까워진 것도 소득이죠."

 10여년 전 KBS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며 `대한민국 1호 외국인 개그맨`이라는 칭호와 함께 주목받았던 그다. 이후 주로 조연, 카메오로 활동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고 싶은 그다. 호주에서는 유년기 유명 PD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오랜 기간 연기를 공부하기도 했다.

 "못된 악당 역할을 꼭 해보고 싶어요. 이런 얘기를 하니까 류수영 씨는 `이미지랑 다른데`라고 말하더라고요. 나는 자신의 이미지와 같은 연기를 하면 큰 발전이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한 것을 잘 해내야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변신이 너무 좋아요."

 마냥 천진하고 순수한 모습의 그이지만 타국에서 오랜 방송 활동을 하면서 겪을 남모를 고민은 없을까.

 "`한국어 공부를 더 해보라` 조언하는 주변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한국 사람과 다른 점이 없어지면 과연 좋을까 고민이 되죠. 한국 사람과 대상을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도 있을 테니까요."

 그동안 올해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방송에 모든 것을 쏟겠다고 말했던 그다. 마지막 순간에 다시 비상을 시작했으니 그에게는 올해가 새로운 출발이 된 셈이다.

 "최근 SNS에서 `샘 때문에 웃었다`, `힘들었는데 진짜사나이를 보고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는 글을 보고 정말 뿌듯했어요. 단 한 사람이라도 나로 인해 웃을 수 있고, 어려운 시기를 견뎌낼 수 있으면 대만족입니다. 앞으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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