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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강위의 유등축제 고대한다
맑은 강위의 유등축제 고대한다
  • 박태홍
  • 승인 2013.05.06 2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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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오래전의 일이다. 유럽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일정으로 짜여져 있었다. 파리의 아침을 맞는 감회는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묘한 어떤 충동이 일었다.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로 유명해진 노트르담 성당과 에펠탑을 구경할 때 까진 그저 유럽의 건축방식이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와는 다르게 웅장하고 섬세하다는 생각만을 가졌었다.

 근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느강을 보는 순간 맥이 탁 풀렸다.

 내가 여행 전 상상했던 세느강이 아니였다. 강물이 맑고 물고기가 노니는 그런 강이 아니였다. 내 고향의 남강보다 강폭도 좁고 강물도 탁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느강의 명맥을 유지하고 지켜주고 있는 것은 바토무슈라는 유람선이 고작이었다.

 지금 진주의 남강은 예전보다는 탁하지만 물고기가 노닐고 있고 역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예전의 맑은 물이 흐르는 강으로 되돌려야 한다.

 물고기가 노닐고 얼굴이 비치는 거울 같은 맑은 물을 우리는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다. 강바닥에서 썩어가는 토사를 걷어내는 하상정리를 하고 수변구역을 재정비한다면 예전의 남강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의 태화강도 변했다. 공업지역이 되기 이전의 생태환경으로 변모시켰다 한다. 지금은 수달이 서식하고 도심 한가운데서 물고기가 노니는 강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50여 년 전 개천예술제가 되면 우리들은 얼굴이 비치는 강물 위에 합판과 대나무로 손수 만든 유등을 띄웠다.

 역사를 재인식 한다는 명제 아래 띄워 보냈던 그 유등 행사가 오늘날 세계로 뻗는 문화상품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이 변한만큼 유등의 형태도 변했고 모형과 크기도 달라졌다. 진주성을 비롯한 총천연색 각종 모형으로 강물 위에 울긋불긋 수를 놓는 유등은 관광객의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때문에 진주 남강 유등축제는 국내에서 3년 연속 대상을 차지하면서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연초에는 캐나다로 수출 됐고 오는 9월에는 미국LA 한인축제와 12월에는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빛 축제에도 참가하게 돼 있다. 이는 지자체장의 탁월한 행정력과 숨은 노력으로 일구어낸 쾌거이기도 하다.

 이를 미뤄 볼 때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세계적인 문화축제의 반열에 올랐으며 경제적인 파급 효과와 국위선양을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미국 캐나다 등에서 살고 있는 현지 교민들에게는 한국인의 자긍심과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등 유등으로 문화 수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는 남강이라는 천혜의 자연조건이 만들어 낸 부산물이기도 하지만 유등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프랑스를 여행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토무슈라는 유람선에 승선해 봤을 것이다. 1ㆍ2층으로 꾸며진 이 유람선 역시 강폭이 좁아도 강물이 흐려도 세느강이라는 자체가 있었기에 세계적인 관광 유람선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때문에 유등을 띄울 수 있었던 원초적인 자산, 남강을 우리들은 소중하게 여기고 가꿔 나가야 할 소임을 지니고 살고 있다.

 불은 불씨가 살아 있을 때 지피기 쉬운 법이다, 남강도 더 흐려지기 전에 보살피고 가꿔야 한다. 토목과 하수 관련 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시 당국과 사회단체가 앞장서고 시민들이 뒤따른다면 진주 남강은 예전의 맑은 물이 흐르는 강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지자체의 몫이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과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남강은 예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리하여 오는 10월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에서는 강 위에 띄워 놓은 하나의 유등이 강물에 반사돼 두 개의 유등으로 비춰지길 우리 모두 고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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