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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영웅의 귀환 <124>
제8화 영웅의 귀환 <124>
  • 서희산
  • 승인 2013.04.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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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리운 세월 (12)
“야, 장태장군. 내가 말이다… 요짐 왜 이러냐? 가슴이 벌렁벌렁허고 요상시럽단 말이다….”

 이 중기단법의 기본동작은 두 발을 어깨넓이만큼 벌리고 두 손을 합장해 가슴부분에 댄 채, 배꼽 아래로 숨쉬기를 하는 것으로 그 응용동작은 모두 쉰 가지였다.

 이 중기단법을 백지한은 일년만에 마쳤는데, 이 호흡법을 마쳤을 때 백지한은 몸과 마음, 그리고 숨을 단전으로 모아 자유자재로 고를 수 있었다.

 다음은 건곤단법(乾坤丹法)으로 자신의 몸 안에 하늘 기운과 땅 기운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동작이었다.

 이 숨쉬기는 5초간을 들이쉬고 5초간을 들어온 공기를 단전에 두었다가 다시 5초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 건곤단법의 스물 세 동작을 일년만에 마쳤을 때 그는 배꼽에 모여있던 기가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네 번째 단계는 삼백예순 동작으로 이루어진 원기단법(元氣丹法)이며 다섯째 단계는 진기단법(眞氣丹法)인데 이 진기단법을 마치게 되면 전신으로 기가 유통돼 하늘이며 땅의 기운과 사람의 마음이 비로소 하나가 되는 것이다.

 # 천하장사 강봉걸을 꺾은 전봉준에게 이 해의 봄과 여름은 찬란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장밋빛이 깃든 듯 아름답기만 했다. 길을 걷는 중에도, 잠을 자기 전에도, 아침에 눈을 떠서도, 심지어는 샅바를 잡고 시합을 하는 중에도 수련의 맑고 아름다운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려 그의 입술에 절로 미소가 고였다.

 그러나 가을이 찾아들고 낙엽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그의 연정은 급속히 깊어가 슬프고도 벅찬 감정으로 차 올랐다.

 전봉준은 6척의 키에 몸무게는 170근이다. 백두(역사)급 치고는 늘씬한 몸매다. 거기다 부리부리한 눈에 곧은 콧날, 그리고 짙은 눈썹을 가진 미남으로 영웅호걸의 풍모를 다 갖췄다. 그 장사가 여태 안하던 가슴앓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밥맛도 잃고 기력도 떨어졌다. 먼발치에서 그저 훔쳐보는 것만으로는, 또 생각만으로는 이 사랑의 오묘한 기쁨을 더 이상 풍족시키기 어려워진 것이다. 교정에 단풍이 붉게 물들던 어느날 연습을 마친 그가 문득 뇌까렸다.

 “어쨌든 부딪혀봐야겠어.”

 전봉준은 후배 이방언을 데리고 ‘도투마리’로 들어갔다.

 “한 잔 따라봐라.”

 전봉준이 사발을 내밀었다. 이방언이 잔을 채우자 전봉준은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키고 이방언을 바라보았다.

 “야, 장태장군.”

 “예, 성님.”

 전에 없이 친근한 전봉준의 목소리에 3학년 짜리 이방언은 얼른 대답하고 다시 사발을 채웠다. 그리고 적이 경계하는 시선을 보냈다.

 “내가 말이다.”

 “예, 성님.”

 “요짐 왜 이러냐?”

 “뭐슬……?”

 “가슴이 벌렁벌렁허고 요상시럽단 말이다.”

 “……?”

 이방언이 입을 쩍 벌리자 전봉준은 술을 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김치 한 점을 입에 넣고 이방언을 바라보았다.

 “넌 잘 알 거 아니여?”

 “뭐슬……?”

 “야 이 새끼야!”

 전봉준이 고함을 내지르고 이방언을 노려보았다.

 “……?!”

 “넌 가시나들 꼬시는 데는 도사잖여?”

 “성님도 참…….”

 이방언이 겁먹은 얼굴에 웃음을 그리자 전봉준은 사발을 목께에 들고 말했다.

 “야, 장태장군. 나 쪼께 도와주라.”

 “그러고 봉께 성님 가시나가 생긴능갑소 이?”

 “생깅 것이 아니고…….”

 “그먼 상사병이 걸린능갑소 이?”

 “그래 새꺄.”

 “하이고 이걸 어떻게 헌다요?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천하장사께서…….”

 이방언이 고개를 살레 흔들자 전봉준이 고개를 푹 숙였다.

 “요새는 잠을 한숨도 못 잔당께.”

 “그래 성님을 요렇게 뒤흔들어논 가시나가 도대체 어떤 년이다요?”

 “말조심해 새꺄!”

 전봉준이 고개를 벌떡 들고 눈을 부라렸다.

 “형수님이 될 천사헌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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