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5:51 (금)
下馬評(하마평)
下馬評(하마평)
  • 송종복
  • 승인 2013.04.16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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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평 나오자마자 낙마하는 고위직 많아
下: 아래 하 馬: 말 마 評: 평할 평
임관될 후보자에 관하여 민간에 떠돌아다니는 소문이나 풍설.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 수석부회장
 옛날에 가마 또는 말은 상류층 사람들이 이용하던 교통수단인데 교통 표지는 그때도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하마비(下馬碑)이다. 궁궐 가까운 곳에는 ‘지위가 높든 낮든 모두 말에서 내려라’는 글을 새긴 하마비가 있었고, 이 비에는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大小人員皆下馬; 대소인원개하마)라고 적혀 있다. 따라서 모든 관리들은 이 비석 앞에서부터 말이나 가마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야 했다. 즉 1품 이하 관리는 궐문으로부터 10보, 3품 이하는 20보, 7품 이하는 30보 거리에서 말과 가마에서 내려 걸어가도록 돼 있다.

 가마나 말에서 내린 주인이 볼일을 보러 가고 없는 동안 가마꾼이나 마부는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이 하마(下馬)하는 장소는 마부들과 가마꾼들이 모이는 대기소가 됐고,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끼리 잡담을 나누는 등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그들의 주인은 고급 관리(官吏)가 대부분인지라 이야기의 중심도 자연히 출세 진급 따위의 ‘승진’에 관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곳에서 관리들의 근황이나 인사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가게 되는데, 요즘에도 주요 공직자들의 인사이동에 대한 평가를 ‘하마평’이라 부르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됐다.

 가마꾼과 마부들은 하마비 앞에서 각자 자기 ‘주인’의 사람 됨됨이와 ‘승진’ 가능성에 대해 얘기를 늘어놓으며 쑥덕공론을 하게 되는데 이를 ‘하마평’이라 한다. 그가 평소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이 하마평을 통해 가장 잘 알 수 있다. 요즘의 의미는 정부관직의 인사이동 등 임명될 후보자에 대해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를 뜻하게 된다.

 최근에는 말이나 가마 대신으로 승용차를 이용할 것이고, 차량 기사들끼리는 모여서 승진과 영전인사에 대해 설왕설래(說往說來)할 것이니 ‘하마평’이 아닌 ‘하차평(下車評)’이라고 해야 좋을 뜻 싶다. 이를 보아 기관장들은 승진이나 영전에 있어서 참모들의 진언보다는 말단직원들의 하마평을 좀 들어 봄직하다마는 요즘은 워낙 고위 관직자들의 불법과 부정이 너무 많아 하마평(下馬評)도 하기 전에 벌써 낙마(落馬)자가 7명이나 나왔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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