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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정신 서려있는 역사의 산실 ‘함안향교’
온고지신 정신 서려있는 역사의 산실 ‘함안향교’
  • 음옥배 기자
  • 승인 2013.04.02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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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현유 위패 봉안ㆍ배향
지방민 교육ㆍ교화 16C 말 창건
해마다 봄ㆍ가을 석전대제 봉행
지역학생 위한 충효교실 열어
봉사ㆍ교화로 유교 중흥 이바지
▲ 함안향교

 함안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이라 일컬어졌다. 조선시대 유명한 유학자이자 서원의 창시자인 주세붕 선생을 비롯해 임진왜란 중 최초 의병장이었던 이령(李伶) 장군, 남명 선생 등 문무를 겸비한 선비가 많이 배출된 충절의 고장이다.

 이러한 선비정신의 바탕에는 함안향교가 있다. 함안향교는 조선시대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창건됐다. 1587년(선조 20) 함안군수 정구(鄭逑)가 편찬한 함안군 읍지 `함주지`에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긴 역사와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지방의 학교로서 공자를 비롯한 한국, 중국 선현의 위패를 봉안했으며, 유생들의 교육과 함께 선성 선사에게 경건하게 제사를 지내며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다.

 오늘날은 봄과 가을에 석전대제를 행하고 있으며, 지역학생들에 충효교실을 열어 미래주역의 올바른 성장을 이끌며 고전 교육의 요람이자 유교 중흥의 산실로 그 기능과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 석전대제
◇ 함안향교 역사

 함안향교의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 수 없으나 1587년(선조 20년) 정구(鄭逑)가 편찬한 경상도 함안군 읍지 `함주지`에 의하면 이 향교는 함안군의 서남쪽 2리에 있으며 명륜당 6칸, 좌우 협실 각 3칸, 동재(東齋) 8칸, 서재(西齋) 7칸, 동루각 6칸, 부고 5칸, 교아 13간이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파수리에 위치했으나 1595년(선조 28년) 정구(鄭逑)가 현재의 위치로 이건했다고 알려져있다.

1910년 중수했으나 1950년 6ㆍ25동란으로 대성전ㆍ명륜당ㆍ동재ㆍ서재 등이 소실되면서 소장돼 있던 전적도 모두 타버렸다.

 1955년 전교(典校) 황우석(黃禹錫)과 1957년 전교 조학래(趙學來)의 노력으로 명륜당과 동재ㆍ서재를 복구했으며 현존하는 건물로는 4 칸의 대성전, 5칸의 명륜당, 내삼문, 각 3칸의 동재와 서재, 풍화루, 외삼문, 홍살문 등이 있다.

 대성전에는 5성(五聖), 송조3현(宋朝三賢), 동무ㆍ서무에는 우리 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로부터 토지와 전적ㆍ노비 등을 지급받아 교관 1명이 정원 30명의 교생을 가르쳤으나,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교육적 기능은 없어지고, 봄ㆍ가을에 석전(釋奠)을 봉행(奉行)하며, 초하루ㆍ보름에 분향을 하고 있다.

 대성전은 1983년 8월 12일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211호로 지정돼 있으며, 1985년부터 방학기간을 통해 학생 60여 명을 대상으로 충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함안향교의 멋

▲ 충효교실

 관학인 향교는 크게 재향공간과 강학공간으로 나뉜다. 제향공간(祭享空間)은 공자를 모신 대성전을 중심으로 양쪽에 공자의 제자와 우리나라의 성현을 모신 동무와 서무가 있다. 강학공간(講學空間)은 강의실인 명륜당과 학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있다.

 함안향교는 일반적인 향교의 건물배치인 전학후묘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교육공간인 명륜당과 동ㆍ서재가 전면에 위치하고, 제례공간인 대성전과 동ㆍ서무는 후면에 배치하고 있다.

 향교에 들어가는 길목에는 향교를 창건한 정한강의 청덕비(淸德碑)가 있다. 청덕비를 지나면 현재 남아 있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대성전(大成殿), 정면 5칸 측면 2칸의 명륜당, 내삼문(內三門), 각 3칸씩의 동재ㆍ서재, 풍화루, 외삼문(外三門), 홍살문(紅箭門)이 있다.

 외삼문은 솟을삼문 형태로 높은 석축기단 위에 세워져 있는데, 연화무늬가 양각된 사찰의 기단 면석(面石) 등이 혼용돼 있다. 명륜당은 역시 높은 석축 기단 위에 홑처마 팔작지붕이며 원주식 주춧돌이 장대해 보인다.

 맞배지붕의 대성전 내에는 공자(孔子)를 비롯한 중국 명현 7위와 한국의 명현 18위를 모셔 배향하고 있다.

 특히 일반 평지에 세워지는 다른 지역 향교와는 달리 들판의 끝과 산이 만나는 지형에 위치해 경사진 지형을 이용한 독창적인 건축물로 눈길을 끈다.

 ◇ 함안향교, 유교중흥에 앞장서다

 향교는 크게 봉사와 교학의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봉사기능은 봄과 가을에 열리는 석전대제가 있고, 교학기능은 사학인 서원이나 서당에서 공부를 마친 서생들이 생원이나 진사가 되기 위해 사마시에 응시할 자격을 얻고자 관학인 향교에서 한 차원 높은 학문을 닦았다.

 함안향교는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해마다 봄, 가을에 각1회 씩 음력 2월과 8월의 초정일에 수십명의 유림, 장의, 학생, 일반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석전대제를 봉행하고 있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된 석전대제(釋奠大祭)는 공자를 중심으로 그 제자와 우리나라의 유학자 설총ㆍ최치원 등 명현 25위의 위패를 모셔놓고, 제향하는 것으로 사당을 마련해 그의 학문을 배우고 따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큰 제사를 지내는 의식을 말한다.

 석전은 제례의 시작을 알리는 창홀, 향을 피우고 행사를 준비하는 전례폐,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이 차례로 공자 등에게 술을 따르는 헌례, 분헌관들이 성현들에게 술을 올리는 분헌례에 이어 음복례, 망료례 순으로 진행된다.

 교학기능은 연 15회씩 지역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충효교실을 개최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충효교실은 직접 학교로 찾아가는 과정과 향교합숙과정이 있으며 유림회원들이 강사를 맡아 진행한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가치관 확립과 전통예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전래의 미풍양속을 생활화시키는데 주안점이 두며 학생들이 도령복을 입고 향교 동제와 서제에서 함께 지내며 향교체험을 하게 된다.

 특히 부모에 대한 예절과 큰절하는 방법, 식탁예절부터 예절서, 효행록, 사자소학 등 고전 배우기, 전통간식, 윷놀이 등 전통놀이 체험 등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음옥배 기자 uob@k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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