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1:23 (금)
  • 김루어
  • 승인 2013.03.28 19:5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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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김루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때가 있다. 쉰이 제법 넘었으면 돈 문제에는 여유가 있을 법도 한 나이이건만, 부끄럽게도 아직도 나는, 돈 문제로 고민하는 일이 없지 않다. 돈 고민은 자연히 돈 벌 궁리로 이어지다 곧, 가진 것을 지키지도 못한 주제에, 이 나이에 어떻게 돈을 번다고…… 추하게 늙지나 말자, 며 주저앉게 된다. 하지만 돈 문제가 현실로 닥치면 피해갈수도 없는 일이어서, 다시 또 같은 문제를 궁리하게 된다.
 그래서 돈이라는 놈을 좀 벌어 볼 양으로 이재(理財)관련 서적을 뒤적여 보기도 하고, 재테크 강좌 같은 데를 기웃거려 봤지만, 돈이라는 놈은 내 능력과 내 조건에는 말 그대로 발 달린 놈이어서 도무지 내 손에는 잡힐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게 나름 애를 써보다 진이 빠지면 앞서와 같은 자학을 하며 주저앉고 만다. 거기에 자위로 덧붙이는 말 몇 마디가 는 차이는 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지 뭐. 사람은 분수대로 사는 거야.
 하지만 소득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것은 돈의 속성을 조금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속성을 안다고 다 돈을 버는 것은 아니겠지만, 모르는 것보다는 돈을 벌 확률이 높음은 분명하다. 이는 연애를 할 때 상대의 속성을 알면 모르는 것 보다는 성공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돈을 벌려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내가 알고 있는 돈의 속성을 공개한다, 비록 나는 조건과 능력이 모자라 이 속성을 활용하지 못했지만. 
 돈의 속성을 말하기 전에 먼저, 돈의 출현 원인과 그 지위에 대해서 언급하는 게 순서 일 것 같다. 돈은 인간욕망의 한 표상이다. 이런 표상에는 돈 이외에도 여럿 있겠지만, 우리 시대 욕망의 표상을 셋만 들라고 누가 내게 말한다면, 나는 돈 권력 명성 순으로 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 어쩌면, 세 항목에는 동의를 해도 순위에는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을 수 있겠다. 한때 나도 그런 입장이어서, 이분들 부동의를 이해할 수는 있다.
 돈이 인간 욕망의 표상 앞 순위에 든 것 자체가 오래 되지 않는다.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돈은 긴 기간 금욕적 대상이었다, 자본주의 발달을 추동한 퓨리터니즘이 돈[富]의 축적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전까지는. 그러나 앞 순위에 들자 돈은 빠른 시간 안에 권력과 명성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신정부 고위직에 지명된 기업인이 취임하려면 주(株)를 백지 신탁 위임해야 된다는 사실에 사표를 낸 것이 이를 웅변한다.  
 돈의 속성은 첫째, 전지전능에 가까운 힘이다. 돈은 산과 바다를 평지로 만들기도 하고 없는 권력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없는 명성도 만들어 내며 심지어는 없는 사랑도 만들어 낸다. 물론 그 반대의 힘도 있다. 여기 더하여, 죽어가는 이를 살리기도 하고 멀쩡한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힘도 있다. 둘째, 돈에는 윤리가 없다. 돈을 두고는 부모형제 부부 친구간의 윤리ㅡ효, 우애, 사랑, 우정 같은 덕목은 설자리가 없다. 돈 때문에 거리가 생긴 부모자식, 돈 문제로 인한 형제간 송사, 돈 때문에 헤어지는 부부 등등은 우리 주변이나 언론 보도, 혹은 티브이에서 지겹게 보는 드라마이고, 돈 때문에 멀어진 친구는 살아오면서 누구든 한 번쯤 겪는 바이기도 하다. 셋째, 돈은 한 곳에 모이는 군집성이 있다. 풀어 말하자면, 돈은 빈자와 부자를 분별하는 안목이 있어 빈자의 돈은 주머니에 든 물처럼 새어 버리지만 부자의 돈은 밀가루 반죽처럼 만지면 만질수록 늘어난다. 그래서 돈은 빈자가 반죽을 만들 정도의 밀가루를 모으도록 기다려 주는 일이 결코 없다. 넷째, 돈에는 가슴이 없다. 돈은 노동의 수고에 대해서보다는 자본의 기여에 더욱 많은 보상을 한다. 땀내 나는 노동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자본을 선호하는 것은 군집속성이 있는 돈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리하여 돈은, 인간입장에서 볼 때는, 정작 필요한 곳에는 나타나지 않고 불필요한 곳에는 넘쳐나는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이 이외에도 내가 파악하지 못한 여러 가지 돈의 속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네 가지 속성을 드는 것만으로도 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는 충분할 것이다. 그렇다. 돈은 무정하고 윤리도 없고 끼리끼리 모이고 또 전지전능하다. 실로 돈의 힘은 너무나 커서,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고한 이래로 비어 있던 자리에 들어선 새로운 신이 되어 있다. 그래서 돈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주눅이 들고 두려워하고 경배하는 신도들이 된다. 물론, 그 가운데 일부는 이 새로운 신을 소유하기도 한다. 새로운 신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버는데 실패한다.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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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眞) 2013-03-30 09:41:58
돈이란 우리가 살아가면서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어쩔 수없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 돈이고도 합니다.
꽃나무에 비하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흙과 수분과 햇볕이기도 합니다.
어느 만큼은 갖춰주어야 아름다운 꽃과 튼실한 열매를 맺지 않을까요.
돈, 정말 열심히 벌었지만, 지금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마 전지전능에 가까운 힘 때문인가 봅니다. 시인님...^=^

이현준 2013-03-29 22:46:51
욕망의 표상...돈의 속성을 참으로 차분하게, 그리고 강하게 말씀하셨군요.읽어 내려 가다 그만 제 성질이 마구 납니다. 전지전능의 괴물이 돈이라는 생각을 평소 하고 사는 사람이지만...우리 사회 어느 분야든 이 괴물 앞에서는 쪼그라들지 않을 수 없는, 정말 아이러니가 넘쳐나고 있음을 개탄합니다. 정말 그러지 않아야 하는 종교집단에, 신앙인들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좀 벌어야 하겠는데.시인님 어찌해야 합니까?

효원 2013-03-29 16:12:10
젊은 시절,
제게 돈은 창구로 부터 받은 고객의 재산을
늘려주는 금융기관에 근무를 해서 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으면서 막상 그 속성을 깊이 깨닫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전 일선에서 또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근데 수익의 최대 창출이라기 보다는 그저 순환으로 이어지는 삶의 균형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을 읽은 계기로
잡고 싶은 돈의 개념부터 다시 짚어봐야 할것 같습니다^^

강대선 2013-03-29 08:43:55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돈을 잘 쓸 수 있을까요?
돈의 속성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가전체 소설 "공방전"에 있는 내용을 보면 돈의 부정적인 속성을 잘 보여주지요
속물적인 근성이 잘 드러나지만 이 돈이 또한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돈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니...
너무 멀리하기도 가까이하기도 어려운 것이 돈인가 봅니다.
시인님, 돈볕은 따스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