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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평범하게 시작하면 그 속에서 큰 뜻 이룰 수 있지요"
"무슨 일이든 평범하게 시작하면 그 속에서 큰 뜻 이룰 수 있지요"
  • 원종하
  • 승인 2013.03.26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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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예 입문 1994년 대한민국 서예대전 `대상` 수상
지방 서예 발전 위해 김해 내려와 서실 운영ㆍ전시 등 활동
"앞으로 좀 더 특별하면서 작품성 높은 작품 그려내고 싶어"

▲ "앞으로 조금 더 독특하면서도 작품성이 높은 작품을 그려내고 싶다"고 말하는 범지 서화 연구실 박정식 원장.
 김해시의 자랑인 김수로 왕릉의 바로 뒤편에 위치한 범지 서화 연구실은 주변 왕릉의 토속적인 느낌과 함께 높게 솟은 나무들, 자기 집 인양 마냥 찾아오는 새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한 편의 서예작품을 보는 듯하다. 이곳의 원장인 범지 박정식(51) 선생은 94년 서예대전 대상을 비롯해 총 6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인제대학교 등에 출강을 다니며 서예를 알리고 깊이를 다지는데 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제인으로서 서실을 운영해 가고 전시회를 가질 때 마다 드는 비용마련이 매우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문화예술인으로서 고독한 작품세계를 펼쳐 가면서 누구보다 냉철한 자기 판단과 현실직시를 통해 아직도 성장해가는 범지. 그의 호처럼 평범한 속에서 뜻을 이루려는 그의 예술경제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 서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듣고 싶다.
 "붓을 제일 처음 손에 잡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당시 미술 뿐 아니라 과학 등 여러 가지 대회가 많이 열리던 시기였다. 그 때 우연히 서예대회를 나가게 됐는데 운 좋게 상을 받게 됐다. 그러자 학교의 선생님이 가능성을 알아봐주셨고 수업 후 개인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이후 출전한 여러 대회에 입상하며 붓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한 서예가 지금은 평생 직업이 된 것이다."

  - 우연히 시작한 서예가 결국 서예대전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 글을 가장 잘 쓰는 대표적인 사람이 됐는데 당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한 번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이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스승을 만나야했다. 그래서 94년에 김해에서 무작정 상경했다. 그리고 서울 예술의 전당에 들어가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그 곳에서 3년간 교육을 받았다. 엄청나게 노력도 많이 했다. 그렇게 실력이 꾸준히 늘었고 그 결과 1994년도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대상을 받게 됐다."

  - 비교적 어린 나이에 대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다. 탄탄대로가 열렸을 텐데 왜 다시 김해로 내려왔나?
 "맞다. 서예 등 예술가에 있어 30대 중반은 매우 어린나이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수상 당시 젊은 내가 받을 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서예대전 대상을 받았으니 앞으로 길을 보장받았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상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서울에 남으면 지방에는 어떻게 서예가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김해를 지키고 가꾸기 위해로 다시 내려 온 것이다."

  - 호가 `범지`다. 무슨 의미를 담았는지 궁금하다.
 평범할 범(凡)자에 뜻 지(志)이다. 뭐든지 평범하게 시작하다보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한다. 서예도 평범하게 나타내다보면 훌륭한 작품이 만들어 진다. 이러한 생각이 범지라는 호에 담겨진 것이다. 특별하게 사는 것보다 평범함을 추구하고자 한다. 작품에도 그런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즉 중용적인 삶의 철학이다."

  - 서예 등 예술분야를 직업으로 가지고 살아가기에 경제적인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경제인으로서 삶은 어떤가?
 "서예 뿐 아니라 모든 예술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자기가 좋아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전시회를 할 때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되고 서실을 운영하는데도 그렇다. 예술인에게 경제를 이야기 하면 안 되는 것처럼 터부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저의 경우 서예대전 대상 경력과 주기적으로 전시회를 열다보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전시전을 여는 것조차 어려움을 느낀다."

  -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자체나 다른 단체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예술분야의 저변확대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자체나 여러 단체에서 강좌를 많이 개최하고 있다. 본인도 강의를 하러 많이 다녔다. 하지만 무료강좌가 너무 많은 것이 단점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무료강좌가 많다보니 돈을 내고 배워야하는 우리 서실에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당초 의도처럼 서예나 다른 예술분야의 저변확대는 됐지만 깊이 있는 공부를 하거나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 또 부가적으로 강의를 하는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강사료가 너무 낮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비슷할 것이다."

  - 어려운 예술인들을 위해 메세나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김해는 어떠한가?
 "과거보다는 경제인들이 예술인을 도와주는 경우가 늘어났다. 경남 메세나 운동에서 다녀간 적이 있다. 어느 정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공연분야와 같은 특정 단체에만 치중되어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서예와 같은 미술 분야로의 확대가 시급해 보인다. 그리고 메세나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인들 외에 다른 기업인들도 메세나 운동의 긍정적인 면을 알고 많이 참여해주길 바란다. 특히 우리 김해에는 건실한 중소기업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고 싶다."

  - 많은 지원을 위해서는 예술이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해야 한다. 서예의 장점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린다.
 "예술이라는 것은 당장 돈이 되지 않고 나타나지 않지만 우리의 감정을 좋게 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눈으로 감상하는 것이지만 무형의 감정을 좌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예술을 통해 마음의 수양을 일궈 내는 것이다. 특히 서예는 먹으로 시작된다. 먹이란 모든 색을 끌어 담은 것이다. 그래서 서예를 할 때는 먹 속에 모든 것을 담아두고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통합의 시대 융합의 시대이지 않는가 모든 것을 하나로 담아내어 자기의 모습을 나타내는 서예야 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예술이라 생각한다."

  - 개인전을 주기적으로 연다고 했는데 특별히 주기를 정해놓은 이유가 있는가?
 "정하기로는 3년에 한 번꼴이다. 하지만 꼭 3년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2년에 한 번 혹은 그것보다 길게 열 때도 있다. 주기가 짧으면 전시된 작품들이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주기가 길면 작품들 마다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너무 단조로우면 흥미를 잃게 된다. 숙성의 시간이랄까 사고의 시간이랄까 익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 작품 아이디어는 어디서 착상하나?
 "독서를 많이 하는데 책을 읽으며 느낌 감정을 그 자리에서 바로 나타낸다. 그 속에서 작품이 많이 탄생한다. 또한 자연을 살펴보면서 느낀 감정을 많이 그린다. 그래서 등산을 많이 하는 편이다. 평상시에도 김해시내에 나갈 때는 걸어서 다닌다. 걷다보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자연의 소리를 듣게 된다. 가장 좋은 도는 자연의 도가 아닌가."

  - 글씨 속에 그림이 있는 것 같은데 병행하는 이유가 있는가?
 "시작은 그림을 그리다 글씨를 하게 된 것이다. 글보다 그림을 많이 그렸다. 하지만 서예의 밑바탕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글을 다시 공부하고 써냈다. 그렇게 한 동안 그림보다 글을 썼고 글 실력에 안정이 찾은 다음 다시 그림을 그렸다. 지금도 계속해서 글과 그림을 병행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글을 보완하고 설명 한 것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다. 늘 새로워지려고 노력하고 시도해 보는 것이다."

  - 지금까지 서예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가? 또 스스로를 자평한다면?
 "예술적인 분야는 제 혼자 노력하고 하는 분야이니 특별히 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 또한 50을 넘기며 주변 또래에 비해 볼 때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은 경제력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비교하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예술의 세계는 시간이 더 흘러야 평가할 수 있다. 전체 서예인생에 있어 지금은 중간단계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이제 지금의 나이가 전성기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어떠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성장하는지에 따라 예술가로서 평가할 수 있다."

  - 앞으로 꿈이 있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나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앞으로 조금 더 독특하면서도 작품성이 높은 작품을 그려내고 싶다. 이는 모든 예술가의 공통된 꿈이자 목표일 것이다. 범지의 세계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해 보고 싶어 최근에 어렵게 서실을 옮겨 제2의 시작을 시도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교제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김해문화의 르네상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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