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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다방문화의 변천사
커피, 다방문화의 변천사
  • 박태홍
  • 승인 2013.03.1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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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태 홍 본사 회장
 문화란 원래 다양한 것이다. 사람의 지혜가 깨어나면서부터 생활이 열리고 보다 편리하게 하는게 문화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다가서기 때문이다. 인간과 상관되는 낱말 대부분이 문화로 점철된다 해도 무방하리라. 정치ㆍ경제ㆍ사회문화에서부터 의식주 문화까지 다양하다 못해 손으로는 헤아리기가 힘이 들 정도다.

 요즘 거리로 나가면 각종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대학가 주변도 그렇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상가 밀집지역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이 커피를 접하게 된 것은 해방 이후 6ㆍ25 사변 전후였다. 문헌상에는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처음 맛본 사람은 고종(조선조 26대왕)으로 알려지고 있다.

 1895년 일본인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사건(을미사변)이 있은 후 고종은 1년여 동안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해 있을 때 커피를 접하게 된 것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고종은 황후를 잃은 슬픔, 일본의 강압적인 폭정에 시달리면서 커피를 가까이하게 됐고 지금의 우리들처럼 하루에 한두 잔의 커피를 마셔야 하는 중독증세를 보인 것으로 문헌상에 나타나고 있다. 보수적 왕조국가인 조선의 왕이 서양의 신문물인 커피를 가장 처음 마셨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지만 고종의 승하 역시 커피에 의한 독살이라는 설이 제기되는 것 또한 이 같은 연유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커피문화는 조선조 말기에서부터 형성됐다 할 수 있다. 고종이 궁내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즉 정관헌이라는 서양식 건물을 지은 것도 커피문화의 일부분 아니겠는가? 그 후 일제 치하, 해방, 6ㆍ25 사변이 있은 후 커피문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과 함께 했다.

 6ㆍ25사변 이후 미군부대가 전국 각지에 주둔하면서부터 커피문화는 급속도로 확산된다. 미군용 보급품에서 흘러나오는 각종 커피들이 우리들 국민 사이로 점진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때부터 기호식품, 또는 문화인의 차로 각광받으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즉 다방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1960년대 이후 새로 지은 상가건물에는 다방 또는 커피룸이라는 간판이 내걸리기 시작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 당시 경제건설 산업화와 맞물린 다방 경기는 호황일 수밖에 없었다. 해방 이후의 다방은 지식인 문화인들이 향유하는 문화의 장소였다면 60년대 이후의 다방은 산업화를 이끈 산업역군들의 쉼터이기도 했다.

 그 후 70년대부터는 음악다방이라는 이름아래 각종 팝송과 가요를 들려주는 업소가 문을 열면서 DJ라는 새로운 직종도 생겨났다. 그 당시 쎄시봉이라는 클럽을 만들어 다방가에서 활동했던 조영남ㆍ이장희ㆍ송창식ㆍ윤형주ㆍ김세환 씨 등은 지금도 연예계에서 눈부시게 활동하고 있다. 70년대의 다방문화에서 이들을 빠트릴 수 없는 것 또한 연연히 이어져 오는 커피문화 만이 가질 수 있는 커피와 같은 짙은 향 때문이 아닐까 사료된다.

 80년대 이후는 경제건설과 함께 농촌의 논밭이 도로로 개설되고 크고 작은 산업단지가 생겨나면서 시골다방도 호황을 맞는다.

 그러면서 새로운 영업형태의 티켓다방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커피 몇 잔에 다방여종업원과 시간을 함께 0할 수 있는 티켓판매. 커피문화와 함께한 다방이 변칙적인 성매매업소로 둔갑되는 시기였다. 사회의 지속된 지탄도 뒤따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화 향유의 장소.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지성인의 커피향은 당국의 티켓다방 단속을 계기로 급격히 사라진 게 20세기 직전이었다.

 20세기 이후 늘어난 것이 지금의 커피전문점이다. 지금의 커피전문점은 개인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느낌이다. 대학생 차림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 있지만 대화보다는 노트북 또는 휴대폰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예전처럼 음악을 들으며 여유와 사색을 느끼기보다는 개인 사무실 용도의 공간으로 보면 된다. 커피 한 잔의 가격도 짜장면 한 그릇 값과 버금가는 또는 그보다 높은 값의 커피도 수두룩하다. 커피향도 이름도 다양하다.

 세대를 초월한 커피문화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들 주변을 맴돈다. 다음세대의 커피문화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올까?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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