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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다툼 해결은 ‘듣기ㆍ기다림’
형제 다툼 해결은 ‘듣기ㆍ기다림’
  • 한상지
  • 승인 2013.03.07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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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상 지라온언어심리치료센터 원장
 한 부모를 사이에 두고 애정과 관심을 쟁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형제 관계는 ‘경쟁’으로 시작한다. 이러한 경쟁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부모는 형제 관계를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협동과 타협, 즐거움으로 변화시키며 뜨거운 형제애를 경험하게 만든다. 한 심리학 연구에서는 좋은 형제 관계는 성인기의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소로 꼽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부모와 어른이 떠나간 정서적 빈자리를 형제, 자매가 채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모가 형제간의 우애를 쌓게 해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형제간의 비교를 하지 않는 것이다. 칭찬을 할 때도 “형 보다 낫다”거나 “동생보다 못하다”는 식의 비교는 금물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연령과 발달수준에 비추어 평가하고 기대해야 하는 것이지, 형과 누나라고 해서 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첫째 아이들은 동생의 출생으로 부모의 사랑이 부족하게 될 때 동생을 ‘침입자’로 생각하게 되고 일시적으로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너무나도 자연스런 성장과정으로 어려서 많이 싸운 형제들이 자라서 친사회적인 성향을 더 나타낸다는 연구도 있다. 대부분의 아동들은 동생에게 상당한 흥미와 애정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엄마가 동생에게 젖을 먹이려고 앉고 있거나 동생과 스킨십을 자주 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질투하고 동생에게 해코지하려 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잦아지는 형제, 자매 관계에서의 다툼은 점차 빈번해지며 이때 부모님이 가장 난감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싸움을 중재하는 것이다.

 서울특별시보육정보센터가 지난 2013년 1월에 발행한 부모를 위한 양육지침서에서 “아이들 간 싸움을 엄마가 판정하지 말고 각자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면 95%는 아이들 스스로 해결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는 아이들 각자의 화난 이유를 듣고, 무엇이 다툼의 원인이었는지 각자의 입장을 정리해 준 다음 아이들의 발달수준에 따라 개입의 정도를 결정하도록 한다. 초등학교 이상이고 싸움이 격한 수준이 아니라면 아이들 각각의 입장을 정리해 준 후 아이들 스스로 싸우고 때리거나 소리 지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때 아이들이 내놓는 의견이 하찮더라도 반응을 충분히 해주고, 때로는 좋은 해결책의 힌트를 내어주어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연습하도록 한다. 싸움이 격하거나, 아직은 어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에는 잠시 떨어져 생각하거나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이때도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주고, 기분이 좀 나아질 때까지 각자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기분이 풀려 형제간의 놀이나 상호작용이 다시 시작되면 부모님은 반색을 하고, 기분을 조절하려고 애쓴 아이들의 노력에 대해 칭찬을 해줘야 한다. 잦은 형제간의 다툼을 줄이려면 집안의 가정 규칙을 세워두는 것도 필요하다. 물건은 공동소유와 각각의 소유가 분명히 정해져야 물건 때문에 서로 다투는 일이 줄어들 것이며,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형제갈등이 있을 때에는 주변 어른의 도움을 청하도록 하면 아이들끼리 육탄전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형은 분리수거를 하고, 동생은 식탁의 수저 놓기를 하는 식으로 형제가 제 연령과 발달수준에 맞는 가사를 돕도록 해, 수준에 따라 할 일과 책임감이 다름도 배우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형제와 함께 놀이할 때는 특히 어린 나이일 때에는 경쟁적인 놀이보다 협동적인 놀이를 하는 것이 좋고, 형제가 한 편을 이루어 놀 수 있게 하는 것이 형제애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된다. 작은 일이지만 형이 동생을 위하는 행동, 동생이 형을 좋아하는 행동들을 아름답게 표현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고 배려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피를 나눈 형제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은 그저 생기는 게 아니라 서로의 사랑을 이어주려는 부모의 노력이 있어야만 함을 늘 기억해야 한다.

 무조건 첫째 아이만 야단치는 집은 거의 첫째 아이가 주눅 들어 있거나 소심해져서 걸핏하면 눈물부터 보이는 아이로 만들고, 그 집의 막내는 언제나 호시탐탐 형을 괴롭히고 엄마에게 고자질하는 나쁜 습관까지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형제간에 야단을 칠 일이 있을 때는 동생이 보는 앞에서 첫째 아이를 나무라거나 야단치는 일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막내가 형을 우습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막내를 주로 야단치는 경우에는 형이 리드를 잘하면 상관없지만 동생이 능한 경우는 동생도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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