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를 나타내는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가총행복량)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도 있다. 처음 사용한 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라 히말라야 산 속의 작은 나라 부탄이다. 1974년 부탄의 국왕은 GDP(국내총생산)가 아닌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부탄은 건강, 시간활용방법, 생활수준, 공동체, 심리적 행복, 문화, 교육, 환경, 올바른 정치 등 9개 지표를 토대로 GNH를 산출해 국가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도 행복지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캐나다, 영국 등이 가장 적극적이다. UN에서도 작년 4월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행복도는 156개 조사대상 중 56위를 차지했다. 상위권에는 속하는 유럽 강소국인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보다는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우리에 비해 소득이 낮은 말레이시아, 태국도 행복수준은 우리 보다 높았다. 역시 행복은 소득순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행복에 대한 고민은 철학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사람이 공리주의자인 제레미 벤담이다. 공리주의란 어떤 경우라도 그 결과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최대 행복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이론이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처럼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벤담은 행복 계산법까지 만들었지만 그의 일생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벤담과 관련된 재미있는 인생 스토리가 있다. 그가 33살일 때 카로린이라는 여자를 처음 알게 됐다. 첫눈에 반한 그는 매일 밤 어떻게 하면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까 고민 했다. 오랜 고민 끝에 답을 구했지만 벤담의 나이는 벌써 68세나 됐다. 한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35년이 걸린 것이다. 청혼은 당연히 거절됐고 결국 벤담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박근혜 정부는 아직 행복 시대를 열어갈 구체적인 수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여야 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마당에 행복타령을 하기에는 시기상조인지 모른다. 그러나 새 정부의 핵심과제인 만큼 조속히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행복은 벤담처럼 35년을 고민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루빨리 국정공백을 메우고 국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민에게 ‘행복하십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행쇼정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