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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의 안정을 바라며
정부조직의 안정을 바라며
  • 김은일
  • 승인 2013.02.12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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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은 일
변호사

 우리나라는 5년마다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나면 어김없이 정부조직을 개편해 오고 있다. 특히 1988년 이후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도입되면서 대통령 당선인들은 어김없이 전임자가 바꿔 놓은 정부 조직을 또다시 바꾸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이 국정의 지속성 등을 위해 정부 조직개편에 신중을 기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우 2001년 9ㆍ11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국토안보부를 만든 걸 제외하곤 1988년 이후 정부조직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일본은 2001년 1월 50년 만에 중앙정부 조직을 대폭 개편한 이후 정권교체와는 상관없이 12년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새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조직이 유기적으로 부응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일정부분 동의를 한다. 그러나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건 조직의 안정성과 업무 연속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비효율이 더 큰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적인 목적에 의한 정부조직개편이 많이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정부조직개편의 부작용은 필자가 5년전 근무했던 정보통신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해체되었던 것을 직접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다만,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부조직이 잘못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한다면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비용과 저항이 있더라도 이는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보면, 절차상의 문제를 거론하는 언론보도나 현재의 조직을 지키기 위한 개편대상 부처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으나, 최소한의 조직개편안이라는 점에 있어 우선 안도하게 된다. 또한 현재의 정부조직은 업무의 연관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문제가 많다. 이러한 미스매치가 생긴 원인으로는 5년전 MB정부 출범당시 이루어진 졸속 정부조직 개편을 들 수 있다. 당시 부의 수가 18개에서 15로 축소되었고, 문을 닫은 부와 산하기관은 업무연관성이 떨어지는 부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부처 이기주의에 기반한 ‘나눠 먹기식’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작은 정부를 표방했으나 폐지된 정부부처를 대신하는 위원회 설치를 남발하여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을 초래했고, 통폐합을 통해 거대해진 부처는 방대한 조직으로 인해 장관이 모든 업무를 꼼꼼히 챙기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업무의 중요성과 무관하게 현실적인 이유로 국가 중요 정책에서 소외되는 분야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것이 과학기술과 IT산업 정책이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으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일자리 창출까지 책임지는 핵심 부처가 될 전망이다. 예전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합친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기초과학부터 착실히 투자해서 우리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담부처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데 여야의 이견은 없는 듯하다.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정부조직이 어떻게 바뀌던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개편된 정부조직을 보더라도, 어떤 부서가 어떤 업무를 분담하는지, 그 부처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5년전 이명박 정부가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통폐합시킨 후 불과 5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의 기초과학과 IT산업 경쟁력이 현저히 저하된 사실만 보더라도, 정부조직개편과 관련된 논의를 늘상 있는 정쟁인양 치부하며 남의 일인양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국회를 통과할 최종 정부조직개편안이 인수위의 원안대로일지 아니면 일부 수정된 안일지는 기다려 보아야 할 일이나, 이번 개편안은 부디 정치논리로 끼워맞추어진 5년소계(五年小計)가 아닌 앞으로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목표와 나아갈 방향을 오롯이 담은 백년대계(百年大計)의 관점에서 마무리되길 희망해보며, 이제는 정부조직도 민주화가 성숙된 만큼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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