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휴대폰을 가지게 된 민준이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또래 친구들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자랑하면서 인기도 얻을 수 있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부모님이 휴대폰을 바꾸면 자신도 바꿔달라고 떼를 쓰고, 때로는 허락도 없이 어머니의 최신 휴대폰을 들고 나가 제 것이라며 뽐내고 오는 일도 잦았다. 3학년이 되면서는 또래 아이들도 휴대폰을 제법 갖게 되자, 또래보다 더 좋은 휴대폰을 가지려는 욕심이 늘어나 거리에 늘어선 휴대폰 매장 앞을 그냥 스쳐 지나가지 못하기 상황이다. 게다가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다 걸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는 일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어서 선생님도 걱정이 돼 부모님께 알리게 된 것이다.

　초등학생은 물론 심지어 유치원생들까지 목에 휴대폰을 걸고 다니는 아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핵가족이 주된 가족구조가 되면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즈음 신속히 연락할 수 있는 휴대폰이 없었다면 많은 부모들이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아이들 걱정에 제대로 일에 몰두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의 위치를 언제든지 알 수 있고, 보고 싶을 때 영상통화를 할 수 있으며 지시사항을 잊지 않게 알람을 정해놓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휴대폰의 좋은 기능들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음양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처럼 휴대폰 역시 잘 사용하면 정말 좋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생기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아이들의 발달수준을 뛰어넘는 물건이 주어졌기 때문이며, 이러한 물건을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잘 교육시키지 못한 이유와 더 나아가 평소에 아이와 나누고 즐기며 함께하지 못한 부모의 관리소홀 때문이다.

　휴대폰은 현대 기술 문명의 집약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첨단 제품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어른들의 삶에 편리하도록, 그리고 유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므로 아이들에게는 너무 앞선 물건일 수 있다. 아이들이 어른들에 비해 더 빨리 전자제품의 기능을 익힌다고 해서 이 아이들이 어른들과 같은 정신연령을 가졌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작동법은 빨리 익힐 수 있으나,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을 이해하고 걸러내기에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부모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에게 휴대폰이 필요한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만 사줘야 하며 휴대폰의 기본 기능은 필요시 통화를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줬음을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아이가 사용할 만한 수준의 휴대폰을 골라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휴대폰을 주로 어떠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한다. 게임에 집착하고, 휴대폰을 과시한다면 부모님은 아이와 함께 즐겁게 놀거나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언제인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런 아이들은 대개가 심심하고, 외로우며 애정과 인정을 바라기 때문이다. 부모는 놀아주지 않으면서 컴퓨터와 텔레비전은 보지 말라고 하고, 야단만 치게 되면 아이는 허한 마음을 휴대폰 게임으로 달래거나, 멋진 고가의 휴대폰으로 또래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채우려 한다. 하루 종일 휴대폰으로 문자를 날리고 통화를 해대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함께 해줘도 이미 휴대폰에 대한 집착이 중독 수준이 된 아이들은 쉽게 손에서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고 수업시간에도 책상 밑에서 바쁘게 손을 움직이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선생님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이미 통제능력을 잃어버린 아이에게 왜 자꾸 휴대폰을 만지냐고 야단치는 것보다는 수업시간에는 휴대폰을 선생님이 보관하며, 쉬는 시간에 또래들과 더 많이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문명의 최첨단 물건이 애물단지가 되지 않게 하려면 부모와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이 좀 더 나서주고 배려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