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6:07 (금)
시인의 역할이 필요한 사회
시인의 역할이 필요한 사회
  • 정창훈
  • 승인 2013.02.03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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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창 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부산의 시문학 출신들이 서로 모여 시를 이야기하고 작품집을 내고 독자와의 거리를 좁혀 오다가 뜻을 함께 해 온 19명의 시인들이 자신의 언어를 일본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부산의 시 아시아로 날다`라는 주제로 출판기념회를 하는 영광스런 자리에 초청을 받았다.

 필자도 `시인`이 되고자 열망했던 꿈을 이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어진 시간이었다. 시를 잘 쓰건 못 쓰건 시를 먹고, 입고, 시와 함께하는 시간도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행복한 순간들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져 갈 것이다.

 시는 인간의 정서나 감정을 단어의 배열과 글자의 발음에 의하여 일정한 리듬감을 자아내도록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형태이다.

 우리 모두는 시인의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점점 잃어버리고 살고 있다.

 모든 문화와 예술은 한정된 사람들의 것이 아닌 모두의 문화이고 예술이다. 그 맨 앞에 우리의 전통인 시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전통이 기계문명과 손터치 세상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비록 창해일속(滄海一粟 )일지라도 시인의 마음을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시인들이 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교육과정인 클레멘트 코스의 창시자인 희망의 인문학 작가 얼 쇼리스(Eart Shorris)는 교도소를 방문해 그들이 정신적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 그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클레멘트 코스라는 걸 개발했다. 그들에게 예술과 인문학을 접하게 해 주자 그들 스스로가 자존감을 회복해가면서 재범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클레멘트 코스는 노숙자, 빈민, 죄수 등 최하층 빈민들에게 정규 대학 수준의 인문학을 가르치는 코스이다. 빈민들을 동원해 훈련시키는 대신 그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도록 도와준다. 자신을 돌아보는 힘을 밑천으로 자존감을 얻고,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며 더 나아가 행동하는 삶을 살도록 함으로써 한 사회의 시민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한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 가해자를 구속하고자 스쿨폴리스를 두는 것으로 끝이 아니길 바란다. 그것보다 아이들이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시를 읽는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맑고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도록 정신적인 삶을 누리게 해줘야 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다시 물어야 한다.

 합창대회나 아이들의 자율적 동아리 활동, 축제 등은 없어지거나 축소됐고, 교사와 학생의 대화는 문제 행동이 있을 때 교사가 학생을 불러서 훈계하고 다짐을 받을 때나 가능한 실정이다. 이는 학교의 모든 교육, 행정이 학력 경쟁이 중심이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도덕 수업을 받지 않으며, 예능, 체육 등 몸을 움직이고 창의성을 요구하는 활동은 몰아서 하거나 입시과목에 밀려 있다. 학생들이 농구를 하고 놀려면 그걸 배우러 학원에 가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노는 것도 학원에 가서 배워야할 정도이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욕구를 긍정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놀이,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권위적이고 힘 중심의 폭력적 사회문화와 구조가 그대로 학교에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학교에 스쿨폴리스를 두는 것보다 시인을 한명 두어 아이들 마음을 따듯한 감성으로 채워주자는 발상이 가능해졌을 때 우리 사회는 살아있는 시인의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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