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2:03 (금)
"죽기 전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죽기 전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 연합뉴스
  • 승인 2013.01.2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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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막돼먹은 영애씨` 얄미운 직장동료 정 지 순

"영애씨와 싸우는 장면에선 리허설도 필요없죠"

케이블 채널 tvN의 장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영애 못지않은 존재감을 가진 이가 영애의 직장 동료 정지순이다.

얄밉고 짜증 나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동료, 미운 정이 쌓여 안 보이면 서운할 것 같은 친구가 바로 그다.

이는 등장인물뿐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마찬가지다. 2007년 9월 시즌 2부터 현재 방영 중인 시즌 11까지 6년째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을지로에서 정지순을 연기하는 배우 정지순(37)을 만났다. 본명을 극중 이름으로 쓰다 보니 캐릭터를 욕하는 악플에 유독 더 상처받는다는 배우다.

안부를 묻는 말에 전날 촬영이 늦게 끝났다며 '내 촬영분은 끝났지만 내 차 촬영이 안 끝나 한 장면을 더 기다려야 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자신의 자가용이 극중 소품으로 쓰이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정지순은 '그럴 때면 스태프가 나를 연기자가 아닌 레카(견인차) 기사로 본다'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가족 같은 드라마'라 가능한 일이다.

첫 등장 때 신은 신발을 5년간 신다 얼마 전에야 제작진의 허락 끝에 대본에 새 신발을 선물 받는 장면을 넣어 간신히 바꿨고, 대기실에서 연기자들끼리 극중 캐릭터처럼 종종 농담을 주고받는단다.

정지순은 "배우들이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고 하지만 조금씩은 캐릭터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연기하는 정지순은 드라마 속 독보적인 밉상 캐릭터다. 첫 등장부터 비열하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주인공 영애(김현숙 분)의 속을 긁다 보니 시청자의 미움을 독차지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욕을 보다 못해 그가 직접 실명으로 '여기서는 진상이지만 EBS '모여라 딩동댕'을 보면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무당벌레로 나온다'는 해명 글을 올린 적도 있다.

그는 실제로 "소심하고 낯을 가린다"며 '영애씨' 촬영장에서도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1년 반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한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닮아가는 부분도 생겼다.

특히 짜장면 안에 만두를 몰래 숨겨 놓고 먹을 정도로 욕심 많고 독한 캐릭터라면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터.

"드라마 속 정지순처럼 폐휴지를 줍지는 않지만 스태프가 뭐를 사주면 좋긴 좋더라고요. 술자리에서도 자꾸 (정지순처럼) 옆 자리에 남은 안주를 갖고 오려고 해요.(웃음)"

정지순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지순이 연변 여자 영복과 떡볶이를 먹고 티코를 타며 아기자기하게 데이트를 했던 일을 꼽았다. '가장 정지순스러운 멜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지순이 처음 '영애씨'에 합류하는 데는 술자리 오디션이 큰 역할을 했다.

정식 오디션에서는 연기 대신 '29살이나 됐는데도 연극한다며 엄마 지갑에서 만원 훔친 사연' 등 인생 이야기만 늘어놨다는 그는 이후 제작진과 술자리에서 합격 결정을 들었다. 사람 됨됨이를 파악하는 제작진의 심사를 통과한 것.

그렇게 '영애씨'와 5년 넘게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영애와 치고받는 연기를 할 때 따로 리허설로 합을 맞출 필요가 없을 정도가 됐단다. 배우들과도 사적으로 수시로 연락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실제 그는 인터뷰 중간 걸려온 배우 유형관(사장 역)의 전화를 살갑게 받았다. 직장 동료로 나오는 윤서현과도 친한 선후배 사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에게 '막돼먹은 영애씨'의 종영은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이다.

"작년에 '모여라 딩동댕'을 나올 때 여자친구랑 헤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석 달 동안은 녹화날만 되면 기분이 울적했죠. '영애씨'도 언젠가 끝날 텐데 타격이 클 것 같아요. 소품팀 막내부터 카메라 스태프까지 정말 많이 친해졌는데 지금부터 두려운 마음이 있어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엔딩이 정해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정지순이 처음 배우를 꿈꾸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호기심에 연극반에 발을 들이면서부터.

대입에 실패한 그는 '돈도 벌고 연기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어린이 극단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연기의 맛에 빠져들었다. 이후 방송 단역부터 시작한 연기 생활은 '영애씨'의 지순과 함께 여기까지 왔다.

2011년에는 연극배우 김현미(31)와 결혼했다. 그는 오는 8월 아빠가 된다.

정지순은 "잘 웃는 아내와 이렇게 살 수 있는 게 '영애씨' 덕분이다"라며 "출연료가 따박따박 월급처럼 나와 정말 감사하다"며 웃었다.

배우로서 그의 꿈은 죽기 전까지 꾸준히 연기를 하는 것.

어린이 연극 무대에서 경험한 '아이들의 반짝이는 웃음' 때문에 어린이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 마음도 항상 있다.

"제가 어린이 프로에서 우산 역할도 해보고, 포도와 당근 연기까지 다 해봤어요. 어떤 역할이든 다 좋아요. 연기를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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