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4:32 (수)
정치권 새 정치 벌써 헛구호?
정치권 새 정치 벌써 헛구호?
  • 이용구 기자
  • 승인 2013.01.23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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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이동흡 문제’에 눈 감고
야당 ‘택시법 재의’에 귀 막고
 지난 18대 대선기간 여야는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새 정치구호가 벌써부터 말뿐인 헛구호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서 시작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문제와 정부의 택시법 국회 재의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는 것.

 새누리당은 반대 여론이 월등히 높은 ‘의혹 투성이인 이동흡’에 대해 “큰 하자 없다”며 ‘적격’ 의견을 모아가는 분위기고, 민주당은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면서 재의를 요구한 ‘택시법’에 대해 정부의 대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즉각 재의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새누리당 인사청문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23일 “원내지도부와 협의한 결과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만큼 당초 예정대로 동의를 위한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에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가 입금된 통장에서 돈을 빼내 ‘MMF(초단기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 것이 밝혀진데 대해서는 “(통장에) 특정업무경비 외에도 다른 자기자본이 4억 6천만 원 정도가 있었다. 개인돈과 특정업무경비가 혼재돼 있는 상태였다”며 “자기돈이 있었기 때문에 MMF 통장으로 나간 것 자체만 갖고 유용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어떤 공직보다 도덕성에 흠결이 없어야 하는 헌재소장 후보자가 국민 혈세를 자신의 통장에 넣어 쌈짓돈처럼 썼다는 비판이 들불처럼 일고 있는 데도 청문위원들은 귀를 막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평소 지론인 ‘원칙과 신뢰’가 무색할 정도다.

 그나마 김성태 의원이 ‘적격 유보’입장을 보인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야당 의원 6명이 모두 부적격 의견인 가운데, 새누리당 인사청문특위 7명 중 1명인 김 의원이 ‘부적격’으로 입장을 정리할 경우 ‘부적격’ 의견으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된다. 김 의원은 “오후에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진정한 국민의 소리를 한 번 더 들어보고 최종판단 하겠다”면서도 “지금까지는 적격 동의에 쉽게 응할 수 없다. 입장 변화는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부적격’으로 의견으로 정리했음을 시사했다.

 여론을 무시한 새누리당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박 당선인 눈치보기로 분석하고 있다. 이 후보자 지명에 박 당선인이 양해, 사실상 첫 인사인데 어떻게 반기를 드느냐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원내 한 관계자는 “누가 봐도 (이 후보자가) 나라의 법치를 바로세워야 할 헌법재판소장으로서 자격이 모자란다. 당도 알고 있는 눈치”라고 실토하면서 “박 당선인 측의 사인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라고 전했다.

 당 일각에서는 부정적 여론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적잖게 감지된다. 국민 정서에 반할 만한 도덕적 흠결이 청문회 과정에서 확인된 만큼, 새누리당이 사실상의 당론으로 ‘적격’ 입장을 고수할 경우 박근혜 당선인을 외곽 지원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부가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마자 ‘자존심 싸움’에 나섰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보다 정부안이 훨씬 실효성이 있다는 여론은 아예 무시했다. 이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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