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4:32 (금)
보기 민망한 ‘이동흡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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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 승인 2013.01.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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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1일 이틀 일정으로 시작됐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수호라는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 기관인만큼 그 수장 후보자의 법철학과 판결성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 6년동안 우리나라 헌법질서의 이념적 지형에 영향을 미치는 헌법소장의 현실적인 힘이 보태지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또한 헌재소장직은 그 어느 공직보다 높은 도덕률이 요구되는 자리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야당의 고강도 도덕성 검증 시도가 이뤄진 것은 이런 배경에서 일 것이다.

 그런데 이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에 등장한 소재가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 ‘항공권 깡’에서부터 관용차로 딸 출근 시켜주기, 위장전입, 외국출장시 잦은 부인동행, 예비관용차를 이용한 차량 홀짝제 비켜가기, 의심스러운 재산증식 등 죄다 ‘수준 낮은’ 의혹들이다. 특히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를 주머닛돈 쌈짓돈 쓰듯 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며 옹색한 모습을 보였다. 오죽했으면 법조계의 후배인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이 이 후보자를 빗대어 ‘생계형 권력주의자’라고 치욕적인 규정을 했겠는가?

 물론 이 후보자도 무차별적으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진실과는 다르게 부풀려지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의혹을 국외자들의 ‘카더라 통신’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올바른 대응법이 아닌 것 같다. 또 법조인답게 딱 부러지게 의혹에 대한 답변을 내놨어야지, 야당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검증을 비켜가려는 ‘꼼수’로 비쳐진다. 이 후보자 신상문제와 관련한 의혹이 많다보니 정작 중요한 친일ㆍ보수 판결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은 이 후보자 본인의 책임이다.

 아무래도 이제 관심은 이 후보자가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를 통과할 수 있느냐이다.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결정적인 결격사유로 인정될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당론표결을 밀어붙인다면 인준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후보자 스스로 인정한 위장전입 등은 헌재소장 후보자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도덕적 흠결이라고 판단된다. 이렇게 드러난 흠결 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이 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본권 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새누리당 소속 청문위원인 김성태 의원의 언급에서 찾아야 한다. 여야 의원들은 다른 것을 차치하고라도 과연 이 후보자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데 최적합 인물인지를 따져본 뒤 표결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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