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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흔들림 없는 경영, 신뢰가 무기였죠"
"25년간 흔들림 없는 경영, 신뢰가 무기였죠"
  • 원종하
  • 승인 2013.01.1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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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하교수가 만난 경제인의 인생 스토리⑫ 대진산업 노홍일(56)대표

`보스 없는 경영` 추구… 우레탄 산업 지역 선두
 직원사랑ㆍ걱정 자연히 전달 돼 대부분 장기근속

 -우레탄 사업에 있어 지역에서 꽤 알려져 있다. 창업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창업 전 꽤 큰 회사의 영업팀에서 근무를 했다. 그러던 중 사장이 간암으로 갑자기 별세했다. 갑작스럽게 경영자를 잃은 상황에서 경영의 대부분을 본인이 관리하게 됐다. 별세한 사장의 아내가 회사 전체의 경영을 책임지겠냐는 의사를 물었지만 거절했다. 그러자 꽤 컸던 그 회사가 정리하고 문을 닫게 됐다. 그렇게 직장이 없어진 상황에서 고민을 하다가 기술이 있고 영업적인 마인드도 있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는데 그때는 말 그대로 기술영업을 했고 중견기업이다 보니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하게 됐는데 그러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1988년에 처음 창업하게 됐다. 올 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이한다."
 -회사의 창립 아이템이 우레탄이다. 많은 아이템 중에서 우레탄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창립 전 있었던 회사에서는 우레탄을 이용한 사업을 일부 진행하고 있었다. 그 때 우레탄의 장점을 습득할 수 있었다. 1988년 창립 당시에 우레탄은 우리나라에 막 들어왔을 시기였다. 아직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비전이 높다고 판단해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 우레탄 원료 생산에서부터 가공, 완제품 생산까지 우레탄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는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데 디자인이 바뀌거나 신차를 개발할 때  관련 제품을 많이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수십 개의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2013년 올해가 창립 25주년인데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사람으로 본다면 역부역강한 나이이다. 물론 창립 25주년이라 해서 회사규모를 늘리거나 사업적으로 신규분야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 중소기업이지만 늘 기본적인 철학은 회사의 양적인 팽창보다는 근무하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된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우리 회사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직원들과 좋은 추억을 함께만들어 보려고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잠시 공장을 스톱하고 15명의 직원들과 다 같이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보스없는 경영을 한다는데?
 "3년 전부터 직원들 위주로 운영하는 자율경영을 하고 있다. 즉 보스 없는 경영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직원 스스로가 필요한 원자재를 매입하기도 하고 직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그동안 경영을 해 오면서 훌륭한 CEO를 배출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인원수에 맞는 5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적정규모로 삼고 더 커지면 분사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매출이 다소 작다고 느낄 수 있는 금액일 수 있는데 회사 경영 방침이 과도하게 매출을 늘리려 하지 않는다. 그동안 저의 회사에 있다가 창업을 해 나간 직원들이 여러 명 있는데 회사 규모가 커지면 창업을 준비하는 직원에게 양도해 분사시키고 있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자기 일처럼 더 열심히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사 경영자로서 매출을 늘리고 회사 규모를 키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왜 회사 규모를 늘리지 않고 방어적인 경영을 하는 것 같은데?
 "경영자의 능력이 크다면 회사의 규모를 얼마든지 늘려도 상관없다고 본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회사의 크기만 키운다면 나중에 위기가 왔을 때 위기관리가 힘들어 질 수 있다. 늘 회사의 규모를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두고 경영을 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불확실성이 강화되는 경영현실에서 실제 위기가 왔을 때 다른 회사보다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늘 방어만 했던 것이 아니다. 공격이 필요한 시점에는 공격을 하고 방어할 때는 냉철하게 판단했다. 이러한 경영 방식을 채택한 계기는 없다. 다만 88년 창립 초기부터 본인의 능력을 누구보다 냉철하게 판단했다. 그래서 본인의 능력 외의 일이라고 판단 될 때는 말 그대로 `방어적 경영`을 취했다."
 -다른 경영자와는 다른 나름의 경영 방식으로 25년간 회사를 경영했다. 이번엔 경영 방식 말고 철학에 대해 듣고 싶다.
 "특별히 철학이라고 할 만큼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다만 직원에 대한 사랑과 걱정을 중점으로 삼아 지금까지 경영을 해왔다. 지난 25년 동안 많은 직원이 우리 회사를 오갔지만 직원 대부분이 만족을 하며 장기근속을 한다. 뿐만 아니라 직원이 성장해 창업을 할 시기가 오게 되면 필요한 부분을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어떻게 보면 경쟁자라고 볼 수 있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 동업자라는 생각으로 함께하고 있다."
 -경영 철학을 `직원 사랑`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경영하면서 가장 기뻤던 적은 언제인가?
 "하루하루 회사 경영을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늘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 몸담았던 직원이 창업을 하거나 다른 일을 찾아 나간 뒤 성공해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 몸담았던 직원들끼리 조그마한 모임을 갖기도 하는데 지금도 가끔 그들과 연락을 하며 지낸다. 이럴 땐 정말 기쁘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기억에 대해 듣고 싶다.
 "얼마 전에 큰 상처를 받았다. 몇 년 전 그동안 거래를 해왔던 회사와 특허 논쟁이 벌여졌다. 이 논쟁은 법적공방으로 이어질 만큼 크게 다투게 됐고 얼마 전에 마무리가 됐을 만큼 오랜 기간 이어졌다. 이 기간에는 회사 경영에도 차질이 있을 만큼 꽤나 큰 상처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그 회사가 우리 회사와 오랜 기간 동안 교류를 맺어왔던 회사였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도 이제는 특허에 대한 인식을 꼭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중소기업에 대한 따끔한 충고로 들린다. 25년의 경영자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경영자의 인생이란 어떠한 것인가?
 "경영은 베푸는 것이라 생각한다. 뭐랄까 `베품의 미`라 할까? 경영자는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 베풀어야 하고 또 직원에 대해 항시 고마움을 느껴야 된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미안함도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예전과 같이 나만 따라오라는 카리스마 경영자의 시대는 끝나고 이제는 소통하는 경영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소통의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베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의 대한 이야기를 청년 실업문제로 돌려보자. 중소기업은 직원을 구하기가 힘들고 청년들은 취업난에 허덕인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외적인 모습이 성장한다고 어른이라 할 수 없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내면의 성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의 청년들은 외적인 부분에 성장만 고집하고 있는 것 같다. 공부를 통한 지식습득, 스펙 쌓기에만 취중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
 -김해기업연구소 회장을 맡아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일도 하고 있는데 소개해 달라 
 "김해에는 중소기업이 6천500여 개가 있다. 그러나 너무 영세하고 종업원 수도 작아서 특별히 미래에 대해 준비를 하거나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기가 힘들다. 그래서 지역중소벤처기업의 CEO들이 공부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학 교수님과 함께 2007년에 설립해 현재 100여 명의 회원이 있는 중소기업청 지정 비영리 법인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한다.
 "어릴 적 기술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경영공부를 소홀히 했다. 이는 나이가 들고 경영을 오래 해보니까 나의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경영자가 되고 난 후에도 꾸준히 공부를 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보려 한다. 그리고 창업 초기부터 가졌던 생각들을 마지막이 되는 그 순간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하려 한다."

 ▲원종하 교수는 누구
 경제전문가이며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역의 인재와 대학 그리고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지난 97년부터 산학관 협동에 관심을 갖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기업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07년 김해기업연구소를 창립, 현재는 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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