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6:15 (토)
여섯 가지 불치병
여섯 가지 불치병
  • 곽숙철
  • 승인 2012.12.30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사마천의 사기 편작열전에는 어떠한 명의라도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여섯 가지 불치의 병, 이른바 ‘육불치’가 나온다. 다음이 그것이다.

 첫째, 교만하고 방자해 내 병은 내가 안다고 주장하는 환자.(驕恣不論於理, 一不治也)

 둘째, 자신의 몸을 가벼이 여기고 돈과 재물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환자.(輕身重財, 二不治也) 셋째, 옷과 음식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환자.(衣食不能適, 三不治也)

 넷째, 음양의 평행이 깨져서 오장의 기가 안정되지 않은 환자.(陰陽幷藏氣不定, 四不治也)

 다섯째,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서 도저히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形羸不能服藥, 五不治也)

 여섯째, 무당의 말만 믿고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하는 환자.(信巫不信醫, 六不治也)

 흔히 조직을 인체에 비유하곤 하는데, 이는 조직이라는 영어 ‘organization’이 신체 기관을 뜻하는 ‘organ’에 어원을 두고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여섯 가지 불치병을 기업 경영에 대입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경영의 육불치’라고나 할까….

 경영의 첫 번째 불치병은 경영자의 독단이다.

 내 병은 내가 안다고 하면서 주관적인 판단만 중시하고 의사의 진료 결과를 따르지 않는 환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모든 일을 자신이 결정하려고 하는 독단적인 경영자가 있는 기업은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성공한 창업주들이 이런 독단에 빠지기 쉬운데 이는 과거에 이룬 자신의 성공 경험에 얽매이는 까닭이다.

 두 번째 불치병은 성과만 중시하고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 경영이다.

 몸은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돈과 명예를 중시해 몸을 가벼이 부린다면 결국 몸을 망쳐 돈과 명예도 잃게 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모든 성과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황금알을 단번에 몽땅 꺼내려다 거위를 죽여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솝 우화’ 속의 어리석은 농부처럼 기업도 사람을 잘 돌보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세 번째 불치병은 과도한 욕심에 근거한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다.

 옷은 추위를 견딜 만하면 적당하고 음식은 배고픔을 채울 만하면 적당한 것인데 지나치게 이를 탐하면 병이 나듯이 기업도 욕심에 눈이 멀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는 망하게 된다.

 얼마 전 발생한 웅진그룹의 법정관리 사태도 그런 경우다. ‘뭘 할까?’보다 ‘뭘 하지 말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 이것이 전략의 본질이다.

 네 번째 불치병은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혈맥과 같다. 오장의 기가 안정되지 않으면 혈맥의 소통이 단절되고 혈맥의 소통이 좋지 못하면 온몸이 마비되는 것처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조직은 마비된 신체처럼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죽은 조직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지식, 노하우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 나누고 새로이 창출하는 과정, 즉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형성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섯 번째 불치병은 실행력의 부족이다.

 어떤 명약을 쓰더라도 그 약을 받아들일만한 기본 체력이 없으면 치료가 되지 않듯이, 실행력이 부족한 조직에는 어떤 전략도 효과가 없다. 기업의 실패 원인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기업의 전략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전략 자체가 문제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기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략의 문제이기보다는 실행력의 문제이다.

 여섯 번째는 확고한 경영철학 없이 이것저것 남의 방식을 따라하는 경영이다.

 그럴듯한 무당의 말에 현혹돼 의사의 처방을 믿지 못하는 환자처럼 무분별한 벤치마킹과 컨설팅을 선호하는 경영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다른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벤치마킹해 성공한 기업이 있는 반면, 벤치마킹에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이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많은 기업들이 새로 도입한 베스트 프랙티스의 성공 체험을 갖기도 전에 또 다른 베스트 프랙티스를 유행처럼 도입하기 때문이다.

 신의(神醫)로 추앙받던 편작(扁鵲)은 여섯 가지 불치병 가운데 한 가지만 있어도 병이 중하게 되어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혹시 여러분의 조직도 이러한 불치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이번 기회에 한번 진단해보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